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계기로 경영권 승계 시동?지난해 정기주총서 "제품개발·M&A 긴밀히 추진할 것"셀트리온 ESG평가 중 지배구조부문 C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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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셀트리온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다. 서 회장이 과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던 것과 달리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계기로 경영권 승계에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2일 업계에 따르면 서 의장이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통합 셀트리온’의 각자대표를 맡는다.서 의장은 경영사업부 총괄을, 기 부회장은 제조개발사업부 총괄을, 김 부회장은 글로벌 판매사업부 총괄을 각각 담당할 예정이다. 서 의장은 기존에 맡았던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도 겸직한다.서 의장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석·박사를 마쳤다. 셀트리온 R&D(연구개발) 과장을 시작으로 셀트리온 생명공학 1연구소장,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이사, 셀트리온 제품개발부문 부문장 등을 역임했다.R&D 관련 경력이 돋보임에도 서 의장이 기 부회장과 김 부회장을 제치고 코스피(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 40조원 규모를 웃돌아 시가총액 순위 8위권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통합 셀트리온의 경영사업부 총괄을 맡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서는 서 회장이 서 의장의 경영권 승계에 확실히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기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서 회장이 셀트리온을 창립할 당시 함께했던 창립멤버다. 지난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2년 한시 임기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서 회장이 임기만료로 물러나더라도 가장 믿을 수 있는 기 부회장과 김 부회장을 통해 서 의장이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셈이다.서 회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 의장은 내 아들이라 데려다 놓은 게 아니라 전공자로써 신규 제품, R&D 파이프라인 사업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며 “(강한 추진력이 필요한) 사업은 오너만 할 수 있는데 능력과 네트워크가 있는 서 의장은 나와 제품개발 및 M&A(인수합병) 관련 사업을 긴밀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하며 서 의장을 치켜세웠다.업계 일각에서는 서 회장이 과거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셀트리온그룹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3사 합병 이전에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으면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이 합병하자마자 서 의장을 통합 셀트리온의 각자대표로 앉힌 게 아니냐는 것이다.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기업 투자 척도로 자리잡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셀트리온의 ESG 등급을 B등급(보통)으로 평가하면서도 지배구조부문에 대해서는 C등급(취약)을 매겼다.서 회장은 2019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은퇴 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2021년 정년퇴임 나이인 65세를 맞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 완벽한 답은 아닐지 몰라도 유사한 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