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가능성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전문경영인 방침과 달리 장남 서진석 '밀어주기'오너없는 유한양행, '렉라자' FDA 승인 성과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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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바이오업계가 창업자의 시대에서 2세대, 3세대로 승계작업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상속이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사례가 나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상속세 문제로 인해 경영권 분쟁이 발발된 한미약품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지난 7월3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유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하는 '의결권 공동행사약정'을 맺었다. 이와 함께 한미약품그룹에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주주연합과 대립각을 보이고 있는 임종윤·종훈 형제도 적용 방향과 속도에 이견을 낼 뿐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잘 마무리된다면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는 지난 2일 한미약품 이사회를 마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로서 대표이사를 안 해도 그만"이라면서 "잠시 대표이사를 맡아 내부 정리를 하려고 했을 뿐이다"고 말한 바 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7월30일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한미헬스케어 대표 시절에도 전문경영인과 함께 했다"면서 "저는 오히려 같이 하는 게 좋다"고 밝혀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했다.

    2020년 8월 창업자인 고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이후 오너일가에 약 54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종훈 형제가 경영권을 놓고 지리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바 있다.

    서 회장은 5년 전인 2019년 1월 기자간담회에서 "은퇴 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2021년 65세를 맞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이 완벽한 답은 아닐지 몰라도 유사한 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이 경영총괄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되면서 서 회장의 소유와 경영 분리 방침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 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22회 모건스탠리 글로벌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 굵직한 대외 행사에 서 의장과 함께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와 직접 상대하게 하며 아들의 경영능력 제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제약사 중에서는 유한양행이 대표적인 오너없는 제약사로 손꼽힌다.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고 유일한 회장의 손녀인 유일링 여사는 유한학원 이사로 참여하고 있을 뿐 최대주주는 공익재단인 유한재단으로 15.8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국민연금공단이 8.76%, 유한학원이 7.75%를 들고 있고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 자사주 비율은 8.32%, 소액주주 비율은 46.92%다.

    일반적으로 오너가 경영하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 전문경영인 체제보다 변화와 혁신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도 국내 제약사 중 신약 연구개발(R&D)에 누구보다 많은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통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연 매출 10억달러 이상) 성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19일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와 J&J의 표적 폐암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을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 19 결실 또는 엑손 21 L858R 치환 변이가 확인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10억원이 넘는 유산에 대해 최고 55%의 상속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최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가산세가 붙으면 최대 60%의 상속세율이 붙는다.

    회사 지분으로만 상속이 이뤄진다면 한 세대만 내려와도 지분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