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도권 두고 내연기관에서 무게중심 이동 뚜렷미래 모빌리티 대응, 배터리·승객공간 확보에 효과적전용 플랫폼 개발·기술 고도화, 제조사별 경쟁 심화
  • ▲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자동차그룹
    전동화 시대에 순수 전기차 판매 비중이 늘어나며 제조사별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주행거리 확보와 원가절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용 플랫폼 완성도가 전기차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글로벌 BEV 판매량은 723만대로, 전체 판매량(약 6750만대)의 10.7%를 차지한다. 2022년 연간 비중으로 9.9%보다 0.8%p 높은 수준이다.

    전기차 주도권을 두고 경쟁이 심화되는 과도기에서 업체별 전략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각 제조사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거나, 기존 내연기관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기차를 만드는 두 축으로 나뉜다. 물론 대부분의 회사들은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모델과 그렇지 않은 차종이 혼재한 상황이다.

    전용 플랫폼은 배터리 공간 확보에 중점을 둔 스케이드보드 플랫폼이 중심이 된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길이를 늘리거나 줄여 탑재하는 배터리 양을 조절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용하는 E-GMP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듈형 플랫폼을 활용해 배터리 용량을 조절하고, 중형급부터 대형급 차종까지 다양한 차체에 적용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800V 고전압 시스템 충전을 지원해 초고속 충전 기술을 지원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대응하는 측면도 부각된다. 현대차그룹이 개발중인 신규 플랫폼은 기능별로 제어장치를 모듈화하며 기술 신뢰도를 높여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개발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V2L 등 전기차 전용 편의사양을 탑재하고, 승객 공간을 확보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전용 플랫폼을 적용하지 않은 전기차도 장점이 분명하다. 제조사 입장에서 내연기관 플랫폼을 활용해 기계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추구할 수 있다. 기존 생산라인을 활용한 혼류생산으로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대규모 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BMW가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내연기관과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 iX 등 일부 모델은 해당 차종에만 사용하는 전용 플랫폼이 적용되지만, 내연기관 플랫폼을 개조한 것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아니다.

    내연기관에 무게중심을 둔 BMW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 모습이다. 글로벌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GM과 포드 등 제조사가 대규모 투자계획을 수정할 때, BMW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다만 BMW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CES에서 차세대 EV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콘셉트 모델 ‘BMW I 비전 D’를 공개했다. 2025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 ‘노이에 클라세’를 적용한 모델을 본격적으로 출시한다는 취지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배터리 탑재방식 변화로 다시 한번 진화하고 있다. 배터리가 하단부에 위치하는 스케이드보드 방식에서 배터리가 차체의 일부가 되는 CTB(Cell To Body) 형태다. 중국 제조사 BYD가 주로 활용하며, 스케이트보드 플랫폼과 비교해 에너지 밀도를 약 20% 높다는 강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전용 플랫폼의 완성도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시장 흐름에서 보듯 가격 경쟁력이 대중화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다양한 차종에 대응하며 원가절감에 효과적인 만큼 초기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수준높은 플랫폼을 개발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