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1.7조… 파운드리 포함한 글로벌 1위인텔, 삼성, 퀼컴과의 격차 더 벌어져AI 수요 증가에 親美 라이칭더 후광까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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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반도체 시장이 쪼그라든 가운데도 매출 1위를 무난하게 달성했다. 최근 대만 총통 선거로 들어선 친미(親美) 성향 정부가 들어서 미국과의 협력관계에도 다시 청신호가 켜졌고 AI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면서 올해 더 큰 폭으로 성장이 예고된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파운드리 기업까지 모두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연간 기준 매출 1위에 올랐다. TSMC가 4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까진 인텔이 삼성을 꺾고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에 올랐지만 파운드리 기업까지 포함하면 TSMC가 압도적 1위로 올라선다.

    TSMC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2조 1617억 대만달러(약 91조 7000억 원)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9791억 대만달러(약 41조 5000억 원)였다. 전년 대비 매출은 4.5%, 순이익은 14.4% 줄어든 수치지만 다른 반도체 기업, 특히 메모리 기업들에 비하면 반도체 시장이 악화된 영향이 덜했다는 분석이다.

    TSMC의 이 같은 실적은 앞서 TSMC가 자체적으로 내놓은 실적 전망이나 증권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나 스마트폰, 서버 등 다양한 반도체 수요처에서 타격을 받아 TSMC도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4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회복되면서 올해부턴 본격적인 반등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TSMC에 앞서 파운드리 기업을 제외한 세계 반도체시장 매출 1위 자리는 인텔이 거머쥐었다. 2년만에 삼성전자를 꺾고 세운 기록이었다. 인텔은 지난해 매출 487억 달러(약 65조 원)를 기록, 399억 달러(약 53조 4000억 원)를 기록한 삼성에 크게 앞섰다. 그 뒤를 퀄컴(290억 달러), 브로드컴(256억 달러)이 잇는 구조다.

    하지만 파운드리를 포함해 순위를 매기면 TSMC가 넘어설 수 없는 1위가 확실해진다. 인텔과 TSMC 매출 격차는 25조 원이 넘는다. 인텔도 지난해 매출이 16.7% 줄어 삼성이나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비해선 선방했지만 4% 남짓 매출이 줄어든 TSMC에 비하면 경기 악화 타격이 컸던 셈이다.

    TSMC가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5분기 연속 반도체 기업 매출 1위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지난 4분기까지 이 같은 기록을 잇는데 성공해 반도체 왕좌를 지켰다는 점도 TSMC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올해도 TSMC는 실적에 있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AI 반도체 투자 확대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면서 전년 대비 20% 넘는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체 전망치를 내놨다. 연초 TSMC에서 자체적으로 내놓는 이 같은 전망치가 다소 보수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20% 이상 성장도 충분하다는게 시장의 시각이다.

    게다가 최근 대만 총통 선거로 새롭게 들어선 민진당 정부가 TSMC에 전폭적인 지원을 예고한데다 미국과의 협력에도 다시 불씨를 지필 것으로 기대되면서 TSMC가 다시 무섭게 성장할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에 당선된 라이칭더 당선자는 선거기간 동안 반도체, AI, 군수, 보안, 통신 등을 '5대 신뢰 산업'으로 정하고 집중적인 육성을 공약했다. 블룸버그 등 외신등도 민진당 집권으로 대만 정부가  반도체 중심으로 경제 성장 전략을 이어갈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미국에 대규모 신공장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TSMC가 보조금과 추가 투자 이슈로 미국 정부와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도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민진당 정부가 친미 성향을 띈 곳인데다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 산업으로 드라이브를 걸면서 다시금 미국과의 협력과 친선에 주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막강한 파운드리 최강자 TSMC가 안팎으로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어 인텔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하면서 삼성 파운드리가 갈 길은 더 멀게만 보인다. 올해 전반적인 반도체 시장 수요 확대에 힘 입어 삼성 파운드리도 실적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지만 경쟁사들과의 치열한 투자 경쟁과 고객사 확보 경쟁은 보다 험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