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고가 18년만 '최저'… 서울 '거래절벽' 가속

전국 아파트 매매 신고가 거래 비율이 2006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충격과 경기위축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급감하는 등 부동산시장의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22일 부동산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아파트매매 실거래가를 분석해 단지 내 동일 면적타입이 과거 최고가격보다 높은 매매가로 얼마나 거래됐는지 '신고가' 거래 건수와 비율을 분석한 결과 올해 3.9%를 기록했다. 2006년 이후 역대 최저치다.

2023년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계약일 집계기준)은 37만8183건으로 전년(25만8591건)보다 개선됐지만, 역대 최고가 거래를 뜻하는 신고가 거래 비율은 2022년 11.7%보다 7.7%p 하락했다. 올해는 집값 호황기였던 2021년 신고가 비율 23.4%와 비교해 약 6배 차이난다.

2006년 주택 실거래 신고가 도입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생변수와 경기위축이 있었던 시기에도 신고가 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고금리 충격과 경기위축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집값 전망에 손절우려를 불러올 수 있는 고가 매입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아파트 신고가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부동산시장 선행지표로 통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가 거래량은 지난해 3084건에 그쳤다. 전년(3295건)보다 211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거래에서 신고가 거래비중은 27.5%에서 9.1%로 18.4%p 줄었다. 이는 2013년 3.6%로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3번째로 낮은 수치다.

서울은 올해 1월에도 신고가 거래 비율이 9.1%에 그쳤는데, 2021년 52.6%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43.5%p 차이다. 2022년 하반기 본격화된 고금리 현상이 집값 상승의 기대를 꺾으며 신고가 거래 증가도 막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파트 거래량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1730건으로, 같은해 1월(1413건)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은 2022년 하반기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1000건 밑으로 떨어졌다가 정부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으면서 살아났다.

하지만 고금리가 장기화한 데다 지난해 9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6억∼9억원)이 중단되면서 거래량도 다시 줄기 시작했다.

이에 서울 아파트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 21일 기준 7만6509건으로 1년전(5만2156건)보다 2만건 이상 늘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국 아파트 신고가 매매 거래가 감소한 것은 거래시장 위축으로 높은 가격에 대한 수요자 수용의사가 낮아졌음을 뜻한다"며 "전반적인 부동산 활동이 감소하며 공격적 투자수요가 줄고 향후 높은 매입가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손해를 회피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에만 소비자들이 반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