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4분기 매출 1조… 글로벌 1위AI반도체 시대 '효자' 부상메모리 재고 감소, PC·모바일향 수요 회복
  •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반도체 업계 감산에 따른 D램 가격 상승 효과로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 특히 산업 전반에 AI 기술 적용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특수 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 감소가 지속되고 PC 및 모바일향 수요 회복세가 겹치면서 올해 실적 역시 큰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이어져온 영업적자에서 1년 만에 벗어나게 됐다. 매출액은 11조305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7.4% 늘었다. 순손실 규모는 1조3795억 원을 기록했지만 순손실폭은 크게 줄었다. 

    실적 호조는 AI 시장 성장에 HBM으로 적극 대응한 효과라는 분석이다. HBM은 D램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쌓아 처리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메모리 반도체 보다 비싸고 성능이 좋은 만큼 가격도 높다. 때문에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한번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줄곧 2위에 머물렀지만 HBM 시장에선 다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50%로 1위를 유지하며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과 큰 격차를 벌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지난해 4분기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적자 탈출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또한 DDR5 매출도 4배 증가하며 실적을 든든히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메모리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등한 효과도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1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대비 6.45% 상승한 1.65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15.38% 오른 이후 세 달 연속 가격 상승이다. DDR5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전월보다 2.94% 오르며 가격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상승 전환된 상태다. 12월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33 달러로 전월(4.09달러)보다 6.02%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9개월 만에 4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세 개 분기 연속 상승이다. 

    여기에 수요까지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PC 업계가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시장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AI 기술이 적용된 PC와 모바일 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PC의 경우 기존 제품 대비 두 배 이상 메모리 탑재가 필요해 공급 및 가격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성장률은 각각 10% 중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SK하이닉스는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는 계절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익성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D램은 10% 중반의 출하 감소가 예상되지만 가격 환경이 개선되면서 이익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수요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HBM은 올해 상반기 중 신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AI 시장의 리딩 플레이어 뿐 아니라 잠재 고객까지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