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사 97%…인력·예산편성 등 못해"삼성·SK 등 비교적 편한 제조업체 선호"'법시행 2년' 사망사고 여전…실효성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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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뉴데일리 DB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이 끝내 불발되면서 중소건설사 한숨이 깊어질 전망이다. 부동산시장 부진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따른 자금경색 등 악재가 쌓인 가운데 안전관리자 구인난까지 부담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 2년이 지났음에도 건설업의 재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된다.

    앞서 건설업계는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법안 통과를 지속 요청했지만 지난 25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서 유예안 처리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중소·영세건설사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중소건설사는 비용도 부담이지만 중대재해법을 이미 적용받고 있는 대기업·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안전관리 인력이 쏠려있어 전문인력 채용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기업 96.8%가 중대재해법 적용에 대한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2년 전 법이 적용될 당시에도 안전관리직종 인력이 건설현장보다 비교적 안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업현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채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랐다"며 "대형·중견건설사들도 안전관리 인력을 확보하면서 중소건설사의 채용은 더 어려워진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소기업은 자금여력도 부족해 안전관리 매뉴얼과 교육 등 시스템개선에 투입하는 비용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기업은 자체비용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반면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주택시장의 원가율까지 올라 자금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중소건설업계는 법 적용에 대비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열악한 인력·예산 여건으로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법이 확대 적용되게 되면 건설기업 중 99%가 넘는 중소건설기업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범법자가 양산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존립은 물론 소속 종사자의 생계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도 "그간 현장 사고가 발생시 원청사만 부각됐다면 이제 협력사도 노출이 돼 형사처벌까지 이어질텐데 영세건설사들은 행정력이 부족해 도산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시장 부진과 PF리스크가 동반되고 있는 가운데 중대재해법까지 적용되면서 건설업계는 이른바 '삼중고'를 겪는 셈이다.

    한국주택협회는 "건설경기 악화와 PF 자금경색으로 악재가 겹쳐 건설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높은 중대재해법 시행 확대는 건설업계에 삼중고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사고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으며 법 실효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2022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전년 대비 5.7% 감소한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10.8% 줄었고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오히려 3.2%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 50인 이상 사업장은 4.9% 감소에 그쳤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13.3% 줄며 감소폭이 더 두드러졌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은 각종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며 "자동차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듯이 건설현장 특성상 아무리 안전교육을 해도 우발사고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으며 회사의 경영부담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