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 규제 완화·GTX 연장 등 발표'부동산 침체=선거 패배' 위기감에 시장부양책 쏟아내시장 요지부동…전국 집값 10주연속 하락·미분양 심화고금리 등 외부요인 고착화…"정책 파급력 미미할 것"핵심 변수 금리인하…상반기 횡보·하반기 우상향 전망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종 부동산 부양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은 요지부동이다.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촉발한 미분양도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선 표심몰이를 위한 수박 겉핥기식 정책이 시장 정상화는커녕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고금리 등으로 인한 시장 침체가 고착화하면서 총선용 부동산정책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 규제 완화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연장·신설, 미분양주택 세제 지원 등 정책에도 집값은 좀처럼 하락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드라이브를 꾸준히 걸어왔다.

    2022년 초 '1·3 부동산대책'으로 규제지역 대부분을 해제했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과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을 발표하며 시장회복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던중 지난해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여파로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 발등에 불이 불이 떨어졌다.

    총선이 가시권에 들어온 시점인 만큼 건설·부동산시장 침체는 곧 선거 패배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이에 정부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정책지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선 지난 1월4일 '2024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PF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85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프로그램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업성은 있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정상화하거나, 타 민간기업 등에 되팔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오는 5월 종료 예정이었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배제도 1년 한시 연장했다. 이번 조치는 3번째 연장으로 정부는 양도세 중과 규정을 무력화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6일 뒤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등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1·10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준공 30년초과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면제하고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사업기간을 최대 3년 단축시키는 방안을 담았다.

    이밖에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 허용 △공공주택 공급 14만호이상 확대 △3기신도시 등 공공택지 추가 확보 △지방 준공후 미분양주택 구입자 세제 산정시 주택수 제외 등 방안도 제시했다.

    25일엔 GTX 연장·신설 방안을 발표하며 전국에 개발 붐을 일으켰다.

    GTX-A·B·C노선을 연장하고 D·E·F노선을 신설해 '출퇴근 30분 시대'를 실현시킨다는 게 정부 목표다.

    또한 같은날 금융위원회는 최대 15조원 규모 보금자리론 공급계획을 밝혔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되자 그 빈자리를 채울 새 대출상품을 제시한 것이다.

    31일에는 1기신도시 특별법으로 불리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적용대상을 전국 51개 지역에서 108개 지역으로 2배 이상 확대했다.

    대상지역에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할 경우 안전진단 면제와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이달 1일엔 재건축 아파트를 20년이상 보유한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70% 감면해주고 60세이상 조합원은 부담금 납부를 유예해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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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온 정책에도 부동산 관련 지표는 여전히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1월 5주 전국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06% 떨어지면서 10주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주 -0.05%보다 낙폭이 더욱 확대됐다.

    서울은 -0.03%에서 -0.05%, 수도권은 -0.05%에서 -0.06%, 지방은 -0.04%에서 -0.06% 등으로 모두 하락폭이 커졌다.

    특히 재건축 규제완화 수혜가 기대됐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하락폭이 더욱 확대됐다.

    지역구별로 △도봉구 -0.08% △성동구 -0.08% △서초구 -0.07% △동대문구 -0.07% △관악구 -0.06% △은평구 -0.06% △노원구 -0.06% △강서구 -0.06%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미분양도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12월 주택통계'를 보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2489가구로 전월(5만7925가구) 대비 7.9%(4564가구) 증가했다.

    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도 1만857가구로 전월(1만465가구)보다 3.7%(392가구) 늘었다. 지난해 10월(1만224가구)부터 3개월 연속 1만 가구를 웃돌고 있다.

    시장에선 고금리 등 외부요인에 따른 수요 감소가 이미 고착화해 정부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설익은 정책 발표에 급급해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여론도 적잖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안전진단 면제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많고 GTX 경우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며 "즉 거시적인 측면에선 그럴듯한데 들여다보면 정책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시장에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가격·거래량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만으로 시장 회복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했다. 결국 변수는 금리가 될 전망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재건축 규제 완화는 사업기간을 단축해 비용을 일부 단축시키는 효과를 내겠지만 시장 상황 자체가 사업성·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정책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금리"라며 "금리 변화에 따라 상반기 시장은 횡보를 이어가다 하반기 점진적인 우상향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10대책'이나 GTX 등 광역교통망 확충계획은 공급 확대와 정주여건 개선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땅값, 집값에 영향을 주긴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주택시장이 위축된 상황이라 정부 정책이 단기적으로 집값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정책으로 미국 기준금리라는 외부요인 영향을 상쇄하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규제완화는 지금처럼 호재가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 않을 때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부동산시장은 서울과 수도권은 소폭 상향 또는 보합, 지방은 하락으로 지역적·국지적 양극화가 지속할 것"이라며 "내집 마련을 준비중이라면 추가 대출상품 여부와 금리 등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 정도를 적절한 시기로 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