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브랜드단지 청약성적 저조…"완판 쉽지 않을 것"시세대비 고분양가·대형사 브랜드 경쟁력 하락 등 겹쳐'홍성2차 승원팰리체 시그니처' 2건뿐…중견사 위기론↑
  • 정부가 건설경기 활성화와 미분양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시장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 분양시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나 브랜드 파워를 갖춘 단지도 흥행 참패를 면치 못하면서 미분양 문제가 악화하는 분위기다.
     
    5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강력한 규제완화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내집 마련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덩달아 지방 분양시장도 한파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가 바닥을 치면서 과거 흥행을 이어갔던 대형건설사 브랜드 파워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보면 DL이앤씨가 분양한 'e편한세상 원주 프리모원(2회차)'는 1순위청약에서 204가구 모집에 신청이 139건에 그치며 0.68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어진 2순위에서 남은 물량을 털어냈지만 전체 평균경쟁률은 1.28대 1에 머물렀다.

    수십대 1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미계약자가 속출한 다른 단지 사례를 고려하면 이곳도 완판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시세 대비 높은 분양가도 발목을 잡았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4억5440만~4억7850만원선으로 책정됐다. 인근에 위치한 '원주더샵아파트' 147㎡ 최근 거래가가 4억6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비싼 분양가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 브랜드에 GTX 신설까지 예정돼 흥행이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시원찮았다"며 "시장이 워낙 가라앉은 탓에 개발호재와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하게 떨어졌고 비싼 분양가 탓에 시세차익을 노리기 어려운 것도 실패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지방시장에서 대형건설사 브랜드가 맥을 못춘 사례는 또 있다.
  • 포스코이앤씨가 분양한 '더샵 광양레이크센텀'은 706가구 모집에 1·2순위 모두 206건 신청에 그쳐 경쟁률 0.29대 1을 기록했다.

    'e편한세상 원주 프리모원'와 마찬가지로 애매하게 책정된 분양가가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단지 84㎡ 분양가는 3억2180만~3억7060만원으로 시내 또다른 브랜드 신축단지인 '광양 푸르지오 더퍼스트' 같은 평형 최근 거래가인 3억4900만원보다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비쌌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시장에선 가성비가 떨어질 경우 메이저 브랜드도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확실히 작년보다 올해가 더 분양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공사비가 올라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청약경쟁률에 타격을 입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분양가를 무턱대고 낮출 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사 분양단지는 사정이 낫다.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견·중소사 분양단에선 한자릿수 청약 신청도 속출하고 있다.

    승원종합건설이 분양한 '홍성2차 승원팰리체 시그니처'는 292가구 모집에 신청이 겨우 2건에 불과했다.

    시장에선 금리인하가 가시화하는 시점까지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총 6만2489호로 전월 5만7925호대비 7.9%(4564호) 늘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후 미분양은 1만857호로 전월 1만465호대비 3.7%(392호) 증가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견사는 단지 한곳에서만 미분양이 발생해도 회사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며 "정부가 지방 미분양주택 매입세 세부담을 경감해주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재와 같은 고금리 기조 아래에선 정책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사업장이 많은 중견사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