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지분율 각각 1.14%까지 확대행동주의 펀드 경계… 경영권 방어 해석승계는 아직… 정몽원 회장 활동 왕성
  • ▲ HL그룹 사옥 전경.ⓒHL그룹
    ▲ HL그룹 사옥 전경.ⓒHL그룹
    HL그룹(옛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의 두 딸이 10년 만에 지주사 지분 확대에 나서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몽원 회장의 장녀 정지연 씨와 차녀 정지수 HL만도 상무보는 지난해 12월부터 HL홀딩스 주식을 매입하며 0.03%에 불과했던 두 자매의 지분율도 각각 1.14%까지 확대했다.

    현재 두 사람이 보유한 주식수는 각각 11만5600주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정 회장(25.03%), 케이씨씨(4.25%)를 포함한 HL홀딩스 최대주주 특별관계자 지분은 31.58%가 됐다. 이 같이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에 나선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만으로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 일환으로 해석한다. 지배력 강화를 넘어 주주행동의 핵심 기반인 '3% 이상 주주(3%룰)'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상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의 회사는 ‘사외이사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합산 3%룰’을 적용해 의결권이 제한되고,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개별 3%룰’이 적용된다. 

    HL홀딩스는 국민연금공단(5.37%), 베어링자산운용(6.59%), VIP자산운용(9.02%) 등 최대주주 이외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은 편이다. 이들은 최대 주주와 동등하게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3%룰'에 해당돼 특정 안건을 반대하면 정 회장 측이 표 대결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들어 행동주의 펀드의 목소리들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경계하고 사전에 방어에 나설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지속적인 주식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3%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경영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정 회장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경영 승계가 이뤄지지 않겠지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정지연 씨는 지난 2010년 HL만도에 입사한 후 국내외 법인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2012년 이윤행 HL만도 부사장과 결혼 후 퇴사한 상황이다. 대신 이 부사장이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리며 경영 후계자로 재계의 이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사장은 2017년 HL만도에 경영전략 매니저로 입사했으며 2020년 상무보, 2022년에는 부사장에 올랐다. 지난해 말에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되며 그룹내 입지도 강화되는 모습이다. 

    차녀인 정 상무보는 1995년생으로 2017년 HL홀딩스(당시 한라홀딩스)에서 전략 기획 업무를 통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19~2021년에는 HL만도(당시 만도) 중국법인 영업 전문가, 2021년 HL홀딩스 팀 매니저 등을 두루 거쳤다. 현재는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타트업 컨설팅 업체 HL벤처스 매니지먼트에서 고위급 임원(principal)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