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설립… 노사협의회 포함 4곳계열사 자주성 강조… 그런데 요구는 '공통 인상'전문가 "연대교섭 응할 의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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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내 노동조합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정치색이나 상급단체 없이 오직 삼성 근로자의 권익향상만 힘쓰겠다"는 우아한 설립 취지에 맞게 새로 생겨나는 노조의 명칭은 사뭇 이색적이다.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를 필두로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전기 존중노조 등이다.이중 5월에 합류할 삼성전기 리본노조를 제외한 나머지 4개노조는 19일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통합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출범했다.
그간 삼성 계열사 노조들이 연대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연대 형태가 아닌 통합 노조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날 홍광흠 초기업 노조 총위원장은 "삼성그룹의 획일적 통제를 받는 불합리한 관계에서 벗어나 개별 계열사의 자주성을 확립하고 각사 실정에 맞는 임금, 복지, 근로조건 수립'을 목적으로, 철저히 정치색을 배제하고 삼성 근로자의 건강한 근로조건 수립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내용만 보면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건전한 활동이 기대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초기업조합이 보여준 행보와 모순되는 부분이 많다.현재 다수의 삼성 계열사들이 2024년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초기업노조 4개 계열사의 노조위원장들은 삼성디스플레이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교섭에 참석하고 있다.이 중 삼성전자 DX 노조는 정작 삼성전자의 교섭에는 참여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계열사의 자주성을 확립하고 각사 실정에 맞는 근로조건을 수립하겠다는 주장은 애초부터 현실성과 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오히려 초기업 노조가 계열사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기업 노조 소속 4개 노조가 연대해 교섭에 임하고, 교섭결렬까지 동시에 신청하면 계열사 자주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부자 노조가 거대 노조가 될 경우 이기주의 심화로 노동운동도 빈익빈 부익부로 갈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특정 정치 세력이나 이데올로기화하면 기업 경영에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회사측에서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삼성에는 이번에 출범하는 초기업 노조외에 기왕의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있으며 2년 전 설립돼 11개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도 있다.문제는 이해관계가 다른 계열사 노조가 연대해 다른 회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점이다.심지어 같은 회사에서도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임협에 대한 입장 차가 큰 형편임은 감안하면 일괄적 요구 자체는 비합리적이다.또 한 회사 내부에서도 노조가 2~3개씩 활동하다 보니 저마다 요구 내용이 모두 다르다.현행법에서도 노조가 통합돼도 교섭은 계열사별로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이런 가운데 삼성노조연대는 근로조건 개선 7대 요구안에 올해 임금 공통 인상률 5.4% 및 계열사별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 인상률 인상을 포함하기도 했다.계열사별로 임금 체계와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다른데 공통 인상률을 적용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기존의 임금체계 및 인사제도를 통째로 바꾸자는 것으로 근거도 부족하고 회사도 불분명하다는 시각이다. 노조의 주장이 진정성과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초기업 노조 주장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정하고 있는 만큼 노조의 요구에 응할 의무는 없는 상황이다.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삼성의 협의 기구다.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은 직원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법조계는 노사협의회의 경우 합법적 기구로 임금을 비롯한 복지 증진에 협의를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제3조)에 따르면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구성하는 협의기구'라고 규정하고 있다.노사관계 전문가는 "법적으로 초기업조합이 연대교섭을 요구한다고 회사가 응할 의무는 없다"며 "4개회사 모두 업종과 근로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계열사별로 교섭하는 것이 기업, 노조 모두 교섭비용 최소화 및 자주성 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