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변동폭 상당…24% 올랐다가 11% 급락지난해 실적 어닝쇼크에 증권사 매도 리포트 부각저PBR에도 차입금 부담에 옥석 가리기…"악재 선반영"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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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주가가 다시 내려앉고 있습니다. 저주가순자산비율(PBR) 수혜주로 부각되며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주가는 결국 실적 악화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입니다.
한 달을 복기해 보면 이마트 주가는 변동폭이 상당합니다.
1월 중순까지만 해도 수개월간 6만원대 후반~7만원대 초반 박스권에 갇혀 있었는데요. 본업 부진과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에 대한 부담이 부각되면서 지난해 2월 12만원이던 주가는 꾸준히 우하향하던 상황이었죠.
답답했던 주가를 끌어올린 건 정부입니다.
정부가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22일부터 주가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입니다.
여기에 지난 24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치솟습니다. 기존 기술성장주 중심이던 시장 수급이 1배 미만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로 쏠리면서입니다.이마트가 PBR 0.2배 미만으로 코스피200 기업 중 가장 낮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저PBR 수혜종목으로 급부상한 것이죠.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직후인 지난 25일 7만700원이던 주가는 이후 강세를 보이면서 이달 5일 8만7800원까지 올랐습니다. 7거래일 만에 24%가 넘게 오른 건데요. 그간 게걸음을 보였던 주가 흐름을 감안할 때 폭등 수준입니다.
환호도 잠시, 제도 변화의 흐름을 탄 지 채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주가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분위기입니다. 최근 8거래일 동안 주가는 11%가량 하락했는데요.
창립 이래 첫 적자,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 영향입니다. 이마트는 별도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4% 감소했습니다. 이는 법인 설립 이래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2019년(2511억원)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영업이익률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5년 4.9%에서 2019년 1%대로 추락한 회사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엔 1.1%로 아슬아슬하게 1%대를 유지하는 데 그쳤습니다. 글로벌 기업인 월마트의 지난 2022년 영업이익률이 4.4%인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저조한 수치입니다.
증권사들은 이례적으로 잇단 매도 리포트를 내놓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소비 경기가 회복되는 것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당장의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에선 이마트의 주가가 변동성을 보이는 것을 놓고 저PBR주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저PBR주 광풍에 수급이 쏠리자 밸류 트랩((Value Trap)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해왔습니다. 가치주로 꼽히는 기업 중 자산은 많지만 이익이 감소하거나 정체되는 기업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종목 선별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사실 이마트가 저PBR 종목인 건 맞지만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인해 재무안정성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2020년 말 6조1677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7조8745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헌데 임원 보수는 올랐습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의 보수총액은 2020년말 33억6800만원에서 2022년말 기준 36억1500억원으로 7% 넘게 상승했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작년 사업보고서가 궁금해지네요.
일각에선 이마트의 악재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이 가시화했고,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지자체도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이마트 실적과 전략 방향성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매우 낮기 때문에 향후 이마트의 주가는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주가 회복을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악재도 악재 나름이라는 얘기가 있는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모쪼록 이마트 실적 회복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