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법원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사건 심문 진행아들 '사익편취' 주장에… 모녀 'R&D 재원 확보' 반박아들, 경영권 분쟁 상황 부각 vs 모녀, 상호 합의 소명법원 판단, 한쪽 당사자 주장 명분쌓기 활용 가능성
  • ▲ 송영숙 회장(왼쪽)과 임종윤 사장.ⓒ한미약품그룹
    ▲ 송영숙 회장(왼쪽)과 임종윤 사장.ⓒ한미약품그룹
    모녀(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주도 아래 이뤄진 OCI그룹-한미약품그룹간 통합에 아들들(임종윤·임종훈 사장)이 반발한 이후 양측이 날선 주장을 통해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오너 일가간 경영권 분쟁을 넘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간 이종 기업집단의 첫 통합 사례의 선례가 될 수도 있어 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이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신청한 OCI홀딩스 대상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사건의 심문이 이뤄졌다.

    한미사이언스 신주를 발행해 이를 OCI홀딩스에 넘기는 행위의 목적을 놓고 모녀는 ‘R&D 재원 확보’를, 아들들은 ‘사익편취’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녀는 지난해 3분기 유동성 비율이 24.9%에 불과해 경쟁사 100~300%에 비해 취약하고 매출 대비 R&D(연구개발) 투자 비율도 2022년 13.4%로 급감했다며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재원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음을 강조했다. 여기에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1500억원 중 일부를 변제할 목적도 있음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아들들은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이라는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이같은 결정이 이뤄졌다고 공격했다. 통상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주식을 비싸게 매각하는 것과 달리 이번 유상증자에서 발행하는 한미사이언스 신주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전혀 붙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급박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했다. 

    여기에 아들들은 고 임성기 한미약품 명예회장 별세 후 상속인간 경영권 분쟁이 지속 중인 상황에서 신주를 발행해 OCI홀딩스에 넘기는 것은 배임이나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녀는 상속재산분할협의 과정에서 송 회장이 경영권을 갖기로 하는 합의가 이뤄졌고 임종윤 사장도 2022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을 요구하지 않았고 2023년 3월 송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해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통해 OCI홀딩스에 643만4316주를 새롭게 발행해 주는 제3자 방식의 유상증자 실시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2400억원을 확보한 뒤 채무상환 및 운영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구주를 OCI홀딩스에 매각 및 현물출자하고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간 통합에 반발하며 지난달 17일 수원지방법원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오는 3월6일 오후 4시 한 차례 더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이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통상 2~3주가 걸리는데 3월말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한쪽 당사자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이 쉽사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아들 측의 주장대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OCI홀딩스의 한미사이언스 신주 인수 절차가 중단되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간 통합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들 측이 제기한 OCI홀딩스-한미사이언스 간 밀실 계약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고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지분 싸움을 위한 우군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신약 연구개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OCI그룹과 통합해야 한다는 모녀의 주장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유상증자 절차가 정상 진행되는 것은 물론 현재 상태에서도 모녀가 지분 35%를 보유해 아들(28.4%)에 앞서 있다.

    OCI홀딩스의 신주 인수대금 납입일이 오는 4월30일이어서 당장 두 그룹이 통합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들들로서는 다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진입을 하지 못한다면 그룹 통합을 막은 수단은 마뜩잖은 상황에서 우호지분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거나 기각하더라도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 아들과 모녀 간 분쟁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