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발표 이후 논란 가중 … 의료진만 희생양 삼아제재 없이 끝난 부산대 → 서울대병원 전원 사태총기 피습 후 트럼프 향한 곳 레벨2 외상센터 중증도에 따른 환자 분류 … 의료진 존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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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응급상황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의료자원은 한정된 상태이므로 이 기준은 의사의 판단 아래 결정돼야 하고 누구도 개입해서는 안 된다. 권력이 남용되는 것은 곧 남겨진 자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응급실에서 특권이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이를 전부 무시한 사건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헬기 특혜다. 그런데도 의전 서열이 높으니 마땅한 처사였다는 옹호론자들이 있고 실제 이러한 풍토는 만연해 있다. 

    올 초 가덕도 신공항 부지 인근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한 몰지각한 정치 테러가 발생했고 즉각 부산대병원 소속 의료진들은 치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곳은 정부가 전국 17곳에만 지정한 권역외상센터였고 경정맥 손상 대응에 있어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를 거부했다. 지역의료를 패싱하고 헬기를 띄워 서울 노들섬으로 날아갔다. 도착한 후에도 생사를 오가는 환자를 위해 쓰이는 총 4대뿐인 SMICU(서울중증환자공공이송센터) 구급차를 통해 서울대병원 중환자실로 직행했다.

    얼마 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자 공화당 대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유세 도중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는 암살시도 총격을 당했다. 이 전 대표와 달랐던 점은 지역 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나왔다는 점이다. 여기엔 의료진에 대한 존중과 전달체계에 대한 믿음이 있다.

    미국의 외상센터는 최상위 레벨1부터 5까지 구분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레벨2 외상센터인 버틀러 메모리얼 병원으로 이송됐고 레벨1인 피츠버그대의료원(UPMC)이나 앨러게니 종합병원을 고집하지 않았다. 

    야당 일부 의원들은 "트럼프도 헬기를 탔는데 왜 이 대표처럼 비판하지 않느냐"는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정작 헬기를 타고 레벨1 병원으로 이송된 이들은 유세장에서 총격으로 중상을 입은 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국내와 미국의 상황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왜곡이 있겠으나 부산대병원은 외상 대응의 최상위 레벨에 속한 권역외상센터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이라는 간판에 밀렸다. 이 과정에서 의료전달체계는 권력에 의해 무너졌고 의료진들의 권한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재명 전 대표의 응급헬기 이용을 특혜로 판단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행동 강령 위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종결했고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에 대한 자료도 부족하다고 했다. 제재 없이 마무리된 것이다.

    엄한 곳에 불똥이 튀었다.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부산소방재난본부 직원이 공무원 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이라 판단했고 징계를 위해 이들을 감독기관에 통보하기로 했다. 의료진들만 희생양이 된 셈이다. 

    이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이 전 대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천준호 의원은 "권익위가 이 전 대표의 흉기 테러 사건까지 정쟁화하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종결사건을 물타기하기 위한 정치 행위"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헬기 특혜와 정치 테러는 엄격히 분리한 후 판단해야 한다. 이를 한데 묶어 프레임을 잡는 것은 응급의료체계를 향한 모욕이다. 국회의원 행동강령을 만드는 것은 물론 철저한 반성과 재발 방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트럼프가 그랬듯 응급 이송체계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특권에 의한 헬기 가동이 아닌 초응급 환자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는 정쟁으로 변질될 사안이 아니라 국민 생명권과 직결된 영역이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