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롯데 맥주 공식 뒤집은 ‘크러시’ 개발팀 인터뷰‘클라우드’와 달리 한식과 페어링 고려… “마라 조합도 좋아”“소맥, 새로-처음처럼과 각기 비율 달리해야 최적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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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맥주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출시 100일을 맞이하는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크러시’다. 크러시는 롯데칠성에서 가장 ‘롯데’스럽지 않은 맥주로 꼽힌다. 전례 없는 빙산모양의 투명병, 가수 카리나 모델의 발탁부터 기존 맥주 브랜드 ‘클라우드’의 중후한 이미지와 무거운 풍미까지 이번 신제품에선 모두 뒤집혔다.이 맥주, 도대체 어떻게 나온걸까. 지난 21일, 서울시 마곡 인근에서 롯데중앙연구소 Hard drink팀에서 주류개발을 총괄하는 심후성 팀장과 맥주 개발을 맡고 있는 민병직 전문연구원을 직접 만나봤다.롯데그룹 안에서 이들만큼 ‘크러시’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맥아부터 효모, 발효까지 ‘크러시’의 모든 것이 이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롯데중앙연구소 Hard drink팀은 ‘크러시’ 외에도 과일소주 열풍을 만들었던 ‘순하리 복숭아’는 물론 맥주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탄산주 ‘레몬진 9.0 제로나인’ 등을 만들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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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인터뷰에는 자연스럽게 ‘크러시’가 동반됐다. 이 연구팀은 롯데그룹에서 유일하게 근무시간에 음주가 가능한 부서이기도 하다. 실제 술을 잔에 따르는 것부터 남다르다.심 팀장은 “흔히 맥주를 따를 때, 잔을 기울여 거품을 줄이려고 하지만 ‘크러시’를 따를 때는 잔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며 “맥주병이 오목한 부분이 없는 숄더리스로 디자인됐기 때문에 그냥 따르더라도 적당한 거품이 나온다”고 전했다.그가 추천한 거품의 비율은 20~30%. 거품이 맥주의 탄산을 안에 가두면서 가장 맛있는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사실 ‘크러시’ 개발 자체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묵직한 필스너 타입의 맥주 오리지널 ‘클라우드’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가볍고 청량함을 강조하는 방향성이 자칫 전혀 엉뚱한 맛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바로 한식과의 ‘페어링’이었다.민 연구원은 “기존 ‘클라우드’는 풍부한 향으로 인해 식당에서 한식과 먹을 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에 향을 조금 덜어내더라도 자극적인 음식과도 잘 맞는 제품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M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음식은 마라탕, 닭발, 곱도리탕 같이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대다수였다. 이는 분명 기존 ‘클라우드’만으로는 공략이 어려운 대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연구팀의 회식으로 이어졌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는 연구실 내에서 산미와 풍미 등을 테스트하지만 시제품이 나온 이후에는 식당을 찾아 다양한 요리와 조합을 테스트해야 했기 때문. 이 때문일까. 심 팀장은 주 3~4회, 민 연구원은 3회 이상 음주를 한다고 한다. 취하기 전에 만전의 상황에서 체크항목을 마무리하는 것이 이들의 노하우라면 노하우다.그는 “개인적으로 ‘크러시’는 마라샹궈, 꿔바로우 등 중국요리와 조합이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며 “한식과도 잘 어울리는 점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
그렇다면 K-칵테일, 소맥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심 팀장은 “소주 감미료의 차이 때문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새로’와 ‘처음처럼’의 비율을 달리해야 가장 맛있는 소맥을 만들 수 있다”며 “‘새로’의 경우는 끝 맛이 부드럽고 알콜취가 없어 조금 양을 늘리고 ‘처음처럼’은 그보다 적게 타야한다”고 말했다.맥주 컵이 보통 200ml고 소주 한잔이 50ml인데, ‘새로’는 여기에서 소주잔의 절반인 25ml를가 적정 비율이다. ‘처음처럼’은 이에 못 미치는 양으로 소주잔 두 개를 겹쳤을 때, 밑의 잔의 선까지만 따르는 것이 황금비율이라고 한다. 맥주의 양은 크러시 맥주잔 기준으로 로고의 바로 밑까지다.민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깔끔한 ‘크러시’의 소맥은 부드러운 ‘새로’와의 궁합이 매우 좋은 편”이라며 “7대3의 비율이 서로의 맛을 극대화하는 황금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