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방산 수출액 140억 달러 … 2년 연속 세계 10위권수은법 개정·아랍권과 FTA 체결 등 올해 방산 수출 확대 전망특정국 편중·낮은 국방 반도체 자급률 해결 과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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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위산업(방산)이 수출 역군으로 거듭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이 수출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수출의 발목을 잡고 있던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방산이 수출의 버팀목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다만 방산이 수출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과제도 적잖다. 폴란드 등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출 비중과 수입 의존도가 큰 국방 반도체의 자급자족 등이 우선 해결과제로 꼽힌다.◇ 올해 수출 200억 달성 목표 ... 2027년까지 4대 방산국 도약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산 수출액은 140억 달러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세계 10위권 방산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다. 방산 수출액은 10년간 20억~30억 달러를 기록하다 2021년 73억 달러, 2022년 역대 최고 수준인 173억 달러로 급증했다.올해도 굵직한 방산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LIG넥스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32억 달러 규모의 한국형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올해 수조 원대의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인도와는 자주포 추가 도입 사업 협상에도 나섰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올해 중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3조8000억 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정부는 올해 방산 수출 규모가 지난해 130억 달러보다 늘어난 2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방산 기업들의 해외 수주 잔고 증가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수출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수한 무기 체계 제조 역량, 우리나라가 다양한 국가와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형성했다는 점 등에서 구조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시장 다변화를 위해 중동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아랍권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중동 지역에 대한 방산 수출이 확대될 것이란 계산이다. 중동 지역에서의 한국 기업과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무기류 관세가 철폐된 데 따른 것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세계 무기 수입에서 각각 2·3위를 기록할 만큼 방산 수요가 큰 시장이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구미소재 LIG넥스원 사업장에 방문해 "지난해 한·아랍에리미트(UAE)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한·걸프협력회의(GCC) FTA 등 아랍권과 연이은 FTA 타결로 인해 향후 중동으로의 수출 여건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며 "자동차와 무기류가 수출 확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
◇ 수출 시장 다변화 절실·국방 반도체 자급률도 숙제그러나 국내 방산이 지속가능한 발전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출시장에 대한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22~2023년) 우리나라의 대(對)폴란드 무기수출은 방산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22년에는 방산수출 실적 173억 달러 가운데 폴란드가 124억 달러로 72%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전체 130억 달러 가운데 25억 달러 상당으로 21%를 차지했다.
최근 폴란드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우리나라와 맺은 방산 수출계약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않다.무기에 들어가는 국방 반도체 자급률은 5%에 불과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방부에 따르면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용 반도체의 98%, 수중 자율 기뢰 탐색체용 반도체의 95%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