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 창사이래 처음으로 국내 매출 2위→3위로신세계-신라, 매출 격차 1600억원 규모… 공항·시내점 모두 신세계가 앞서신세계,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력에 인천공항 배팅까지
-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승부수가 통했다. 국내 면세시장에서 신세계면세점의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신라면세점을 추월하면서 업계 2위가 뒤집혔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면세사업 진출 8년만의 성과다. 반대로 신라면세점은 38년만에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서 면세업계 2위를 내어주게 됐다.출국객 수가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하는 가운데 면세업계의 시장 판도 변화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18일 관세청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면세점의 국내 6개 점포(명동점, 부산점, 인천공항 DF2, DF4 등)의 매출은 총 3조1623억원으로 롯데면세점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신세계면세점이 국내 매출로 2위에 오른 것은 2014년 면세사업 진출 이후 처음이다.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의 7개 점포(서울점, 제주점, 김포공항, 인천공항 DF1, DF3 등) 매출은 3조31억원으로 업계 3위를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이 업계 2위 자리를 내어준 것도 1986년 면세사업 진출 이후 처음이다. 면세업계 사상 첫 2위의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
물론 신라면세점이 홍콩·마카오·싱가포르 등의 해외 면세점을 포함할 경우 신라면세점의 매출을 앞서게 되지만 국내 면세점 매출이 뒤쳐졌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양사의 지난해 매출 격차는 약 1600억원 수준. 신라면세점은 지난 2020년 이후 줄곧 신세계면세점에 매출 6000억~7000억원을 앞서왔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한순간에 뒤집혔다. 가장 큰 이유는 공항면세점 점포의 매출 역전이었다.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점은 지난해 매출 6242억원을 기록한 반면 신라면세점 인천공항점은 매출 3590억원에 그쳐 2652억원의 격차가 벌어졌다. 시내면세점도 매출 역전이 이뤄졌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지난해 매출 2조4595억원을 기록한 반면 신라면세점 서울점의 매출은 2조3856억원으로 739억원이 뒤쳐졌다. 신라면세점 서울점은 전년만 해도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 비해 8540억원 가량 매출이 앞서던 점포다.업계에서는 정 총괄사장의 승부수가 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업계 1위 점포를 유치하며 명품브랜드의 강점을 가진 신세계가 직접 면세사업에 진출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유치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국내 면세점은 객단가가 높은 명품 브랜드를 얼마나 유치할 수 있느냐가 곧 매출 규모로 이어지는 구조다.과감한 인천공항의 입점도 순위 변동의 주요 이유가 됐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DF2, 4에 입점한 최대 사업자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신라면세점이 입점하지 않았던 만큼 상대적으로 제1~2터미널에 모두 입점했던 신라면세점의 인천공항점 매출이 신라면세점을 압도할 수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지난해 주요 면세점 업계가 중국의 보따리상(다이궁)의 매출 비중을 낮추면서 시내면세점의 매출이 감소한 것도 배경이 됐다. 다이궁 매출이 빠지면서 시내면세점도 외국인 관광객 등의 매출 영향을 받았기 때문.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신라면세점 서울점보다 우위를 점한 이유다.업계에서는 본게임이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신라면세점이 인천공항 DF1, DF3에 입점해 영업을 본격화 하면서 올해는 비슷한 규모의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면세점이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올해의 관전포인트다.면세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제2터미널 면세점 공사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며 “여객수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면서 면세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