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다음날 30만원대 인상, S24·아이폰15 빠져기존고객 지키기 중심, 고가 단말·요금제 강제번호이동 경쟁 활성화 의문, 비판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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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가 정부 정책에 화답하면서 전환지원금을 일제히 올렸지만, 최신 단말에는 혜택이 적어 번호이동 경쟁 활성화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지난 23일 전환지원금을 인상하고 받을 수 있는 단말기 종류를 늘렸다.앞서 최고 금액이 13만원이던 전환지원금은 최대 33만원으로 인상됐다. SK텔레콤은 총 16종, KT는 15종, LG유플러스는 11종으로 적용 단말 범위를 늘렸다.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연이은 전환지원금 상향 압박이 통한 것처럼 보여진다. 단통법 시행령과 고시 제정안 의결 직후 10만원대 머물렀던 전환지원금은 방통위의 지원금 상향 요청과 부위원장의 유통점 현장 방문, 22일 이뤄진 위원장-이통3사 간담회 다음날 곧바로 인상됐기 때문이다.다만 번호이동 수요가 많은 ‘갤럭시 S24’나 ‘아이폰 15’ 등 최신기종에 대한 지원금은 없거나 낮게 책정됐다. SK텔레콤은 두 기종에 대한 전환지원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른 통신사들도 10만원 안쪽으로 전환지원금이 형성됐고, 아이폰 15는 일부 기종에만 전환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제한적이다.최대 전환지원금을 받기 위해 고가 요금제 사용이 강제된 부분도 번호이동 활성화에 대한 의문을 더한다. 통신사별로 30만원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10만원이 넘는 월 요금제를 이용해야만 한다. 최소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도 5만원대 요금제 사용이 강제된다.또한 6개월 동안 해당 요금제를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KT의 경우 단말기 구매도 카드 납부가 아닌 ‘KT할부’ 방식을 사용해야만 한다. 전환지원금 규모가 정해져있어 해지 위약금 초과분에 대해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점도 번호이동 유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걸 방증한다.기기변경과 번호이동 비중은 약 8대 2로, 통신사 간 이동은 매우 한정된 시장이다. 그나마 번호이동이 최신 단말이 나오는 시기에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환지원금 효과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번호이동 건수는 4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는 알뜰폰 ‘0원 요금제’에 소비자들이 몰렸기 때문으로 번호이동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전환지원금 지급에 앞서 공시지원금을 먼저 올린 것도 번호이동 경쟁보다는 ‘제 집 지키기’에 집중한 걸로 풀이된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한 공시지원금은 전환지원금 본격 시행을 하루 앞둔 15일 최대 60만원까지 상향된 바 있다. 전환지원금은 번호이동 고객만 혜택을 받지만, 공시지원금은 단말을 교체하는 모든 고객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통3사는 무리해서 최대 50만원까지 번호이동을 위한 지원금을 책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번호이동 경쟁이 가속화하더라도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방통위는 공시지원금 상향도 전환지원금 정책에 따른 효과라는 설명이다. 큰 틀에서 가계 통신비 경감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가 단말과 요금제에 지원금이 집중되는 부분은 향후 경쟁이 확대되면서 해소될거라고 기대했다.반상권 방통위 시장조사심의관은 위원장-이통3사 대표 간담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통신사가 전환지원금을 시행하면 우선순위가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부터 이뤄질 것”이라며 “경쟁이 활성화되면 중저가 모델과 요금제까지 도미노 효과로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경쟁도 그런 양상이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통3사의 전환지원금 정책이 정부가 주문한 번호이동을 통한 경쟁 활성화와는 거리를 보이면서 실효성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거센 압박으로 전환지원금이 올랐지만, 최신폰은 빠지고 6개월 요금제도 강제돼 번호이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정책 시행을 앞두고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이통사가 빠져나갈 취약점을 드러낸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