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조석래 시대 준비하는 효성계열 분리·상속세 해석 따라 주가 급등락지분 정리 과정서 지주 주가 눌릴 가능성일각선 배당 정책 강화로 상속세 재원 마련 분석도
  • [편집자주] '왜오르株?(왜내리株?)'에서는 주식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핫(HOT)한 종목을 다룹니다. 주식은 둘 중 하나죠. 오르거나 내립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관심 있는 종목의 오르고 내리는 이유를 찾기 마련인데요, 간혹 해당 종목이 왜 오르는지 혹은 왜 내리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유를 모르고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앞으로 해당 기사를 통해 상승·하락하는 종목들의 이유와 이에 대한 시장의 정확한 해석, 향후 전망까지 톺아봅니다. 

    우선, 기사에 앞서 효성그룹의 중흥기를 이끈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효성그룹의 중흥기를 이끈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에 지주사 효성의 주가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포스트 조석래 시대를 맞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독립 경영체제를 위한 계열 분리, 지분 상속에 대한 해석에 따라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중입니다. 

    앞서 시장에 조 명예회장 위독설이 먼저 퍼진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효성의 주가는 10% 넘게 올랐다가 지난 1일 하루 만에 주가는 6% 넘게 빠졌습니다. 

    처음 주가가 급등한 건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지분 상속 등의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통상 경영권 분쟁은 주가 상승 재료로 여겨집니다. 분쟁 당사자들이 지분율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며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아서죠. 

    그러나 효성의 경우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이미 효성그룹이 계열 분리 수순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2월 효성은 인적분할 발표로 2개 지주사 체제를 예고했습니다.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차질 없이 안건이 통과되면 조현준 회장이 섬유, 화학, 중공업 등 기존 효성 그룹의 주요 사업들을, 조현상 부회장은 첨단소재와 주요 비상장 기업들의 지휘봉을 들게 됩니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지분 교환을 통해 지분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간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효성은 현재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21.9%, 2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2거래일 급등했던 상승분 대부분을 하루 만에 토해낸 건 조 회장과 조 부회장 간 지분 정리 과정에서 지주 주가가 의도적으로 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향후 각 지주사 독립 경영에 필요한 지분을 매입하고, 필요하지 않은 지분은 매각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때 지분 맞교환(스왑)을 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지주사 주가는 낮추고 핵심 계열사 주가는 높여야 지배력 확보에 더 유리한 만큼 지주 주가가 오르기 쉽지 않다고 시장은 해석한 것이죠. 

    실제 효성이 6% 급락한 지난 1일 효성화학(4.94%), 효성중공업(1.41%), 효성첨단소재(1.61%)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효성에 대해 "최대주주 집단 내 주요 주주들은 장기적으로 자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지주회사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자회사 지분 매각 전 주가 부양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거액의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업계에선 조 명예회장의 지분(10.14%) 상속에 따른 상속세가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상속세 재원 마련 문제, 지난 2014년 경영권 분쟁 갈등을 겪은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 등 우려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당장은 주가가 눌려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주가가 오를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배당 정책 강화를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죠. 

    효성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부터 꾸준히 배당을 상향해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고배당주로 분류돼왔습니다. 다만 최근엔 실적 부진을 겪으며 배당금 유지·축소에 나선 상황이죠.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그간 지배력 확보를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적극 활용해왔는데요. 막대한 금융비용 부담은 높은 배당금으로 충족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당장 지주 주주들로선 답답함이 큰 상황인데요. 기업 밸류업 정책 발표 후 저PBR 수혜주로 지주사들이 주목받는 가운데서도 효성 주가는 좀처럼 부각되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남들 다 갈 때 주가가 못간 건 기업분할 계획 공시, 배당 축소 영향이 큽니다. 

    종목토론방에서 효성 한 투자자는 "강세장에서도 인적 분할 발표로 주가 상승은 남의 이야기였다"면서 "결국 상속 문제 때문에 주가는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효성 투자로 기회비용을 날렸다"고 토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