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전국 미분양물량 6.4만가구…한달새 1.8% 급증악성미분양 1.1만가구…작년 8월부터 7개월 연속↑물량적체에 금융부담 가중…할인분양·잔금유예 혜택기입주민 형평성 토로…트럭시위·현수막 등 집단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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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물량 적체현상이 심화되면서 건설사들이 할인분양을 통해 물량털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기존 입주민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등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7일 국토교통부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물량은 6만4874가구로 직전월 6만3755가구보다 1.8%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5만7925가구로 잠시 주춤했던 미분양물량은 이후 3개월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 미분양물량은 1만1956가구로 직전월 1만160가구 대비 17.7% 늘어났다. 지방 경우 5만2918가구로 1월 5만3595가구 보다 1.3% 줄었지만 전체 미분양의 81.6%에 달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악성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미분양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준공후미분양은 1만1867가구로 한달만에 4.4%(504가구) 늘었다. 지난해 8월부터 7개월연속 증가세다.건설사들은 물량적체로 금융부담이 가중되자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할인분양에 나서고 있다.일례로 대구광역시 동구 율암동에 위치한 호반써밋 이스텔라는 입주후에도 미분양이 지속되자 지난 2월 할인분양을 감행했다. 분양가의 85%를 5년뒤에 납부하는 잔금유예나 선납할인 7000만~9300만원에 할인분양을 실시했다.전남 광양 동문디이스트도 지난해 1월 입주이후에도 악성미분양이 남아있자 2020년 당시 분양가대비 5000만원가량 저렴하게 분양을 진행한 바 있다.서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서울 송파구 더샵 송파루미스타는 2022년에 분양했지만 최근까지 미분양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탓에 지난 3~4일 전용 84㎡기준 최초 분양가대비 약 4억원 저렴한 18억원대로 분양에 나섰다.송파구 잠실더샵루벤 역시 2022년 26억원대(전용 106㎡)로 분양했다. 미분양이 터지면서 2년여만인 지난 2일 분양가를 대폭할인해 청약에 나섰다. 분양가는 2년전 대비 6억~7억원정도 저렴한 19억원대였다.이런 할인분양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악성미분양분을 해소하는 한편 수요자들은 고분양가가 이어지는 현상황에서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어 시장내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다만 제값을 지불하고 분양한 기존 입주민 입장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이런 탓에 할인분양을 진행한 악성미분양단지 사이에서 이전분양가로 계약한 입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실제 올초 호반써밋 이스텔라 입주민들은 건설사가 할인분양을 예고하자 단지내부에 '무책임한 할인분양 결사반대! 할인분양 세대는 입주 금지!' 등 현수막을 내걸고 집단행동에 나선 바 있다. 또 대구에서 서울 호반건설 본사까지 트럭을 끌고가 시위도 벌이기도 했다.단지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입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소급적용을 통해 같은 할인혜택을 부여해달라는 것"이라며 "당시 할인분양을 하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고 설명했다.광양 동문디이스트도 할인분양을 실시했다가 현재까지 입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건설사가 할인분양을 진행하자 단지내부에 '악독한 동문건설, 분양대행사와 협력한 부동산들과의 계약을 잠시 미뤄주세요' '할인받아 분양받은 사람들은 입주불가' 등 현수막을 내걸었다.광양 동문디이스트 입주민협의회 관계자는 "동문건설은 입주민과 상의없이 할인분양을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렸다"며 "갈등이 일자 광양시청에서 중재를 요청했으나 이조차도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부동산업계에서는 할인분양이 '다수 악성미분양'을 해소하는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지만 이처럼 마찰이 불가피한 만큼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나 환매조건부 분양 등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계약조건 안심보장제는 계약조건이 체결당시보다 유리하게 변경될 경우 기존 계약자들에게도 변경된 조건을 부여하는 제도다. 환매조건부 분양은 입주시점이 다가왔을때 당초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질 경우 사업주체가 매수한다는 조건을 적용하는 것이다.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계약조건 안심보장제와 환매조건부 분양 등 제도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지금처럼 시세하락 불안감에 계약을 망설이는 수요자들이 안심하고 계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분양 이후에도 분양가 변동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도 미분양 주택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를 10년만에 재도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며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