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심리적 마지노선 돌파한은 “외환 수급 각별한 경계심”기재부 “과도한 변동성에 과감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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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

    이에 그간 시장 개입을 자제해온 외환당국은 본격적인 '구두 개입'에 나섰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우상향을 그리며 오전 11시30분께 1400.24원을 기록했다. 1400원 돌파는 2022년 11월 7일 이후 17개월 만이다.

    1400선을 터치한 원‧달러 환율은 이후 하락 전환해 오후 2시50분께 1395원선까지 후퇴했다. 전날 종가(1384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10원 넘게 높은 수준이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을 공식화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후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며 공식적인 구두개입 메시지를 냈다.

    또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중동 사태 관련 관계부처 합동 비상경제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시장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되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적기에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의 발언이나 한은의 "시장안정화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보다 강도가 더 세졌다.

    이날 오전 환율이 급등한 이유는 중동 지역 긴장감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 강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현지 시간으로 15일 발표된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예상치(0.4%)를 상회한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앞서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3.5%를 기록한데 이어 소비마저 탄탄을 모습을 보이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강화된 것이다.

    연준의 피벗 가능성이 옅어지면서 엔화가치도 3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우리 시간으로 11시께 1달러당 154.43엔을 기록해 155엔선에 바짝 다가섰다.

    한국과 일본 모두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치달았지만 상단은 여전히 열려있는 상태다.

    시장에선 미국의 피벗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오는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경우 ‘강 달러’ 현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