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들이 살바도르 달리에게 직접 질문할 수 있는 'Ask Dalí' 캠페인달리 뮤지엄, AI 활용해 달리의 목소리 재현… 음성 AI 기술 활용에 대한 윤리적 비판도"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달리의 작품 감상할 수 있는 고객 경험 제공"굿비 실버스타인 & 파트너스 대행
  • ▲ 살바도르 달리. ©The Dalí Museum
    ▲ 살바도르 달리. ©The Dalí Museum
    녹아내리는 시계와 바닷가재 전화기, 입술 소파까지. 초현실적인 작품으로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거장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의 작품 세계를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달리 뮤지엄(The Dalí Museum)은 인공지능(AI)의 힘을 빌려 살바도르 달리의 목소리를 되살려냈다. 이제 달리의 작품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작가인 그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게 된 것. 

    달리 뮤지엄의 'Ask Dalí(달리에게 물어보세요)' 캠페인은 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달리에게 작품과 관련한 질문을 던지고, AI가 재현해 낸 달리의 목소리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 ▲ 살바도르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를 본떠 만든 전화기. ©The Dalí Museum
    ▲ 살바도르 달리의 '바닷가재 전화기'를 본떠 만든 전화기. ©The Dalí Museum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있는 '달리 미술관'에는 달리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바닷가재 전화기(Lobster Phone)'를 본뜬 전화기가 설치 돼 있다. 관람객들은 이 전화기를 통해 달리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면 된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Ask Dalí' 캠페인 영상에서는 달리의 대표작인 '기억의 지속(1931년작)'을 본 한 관람객이 "시계가 왜 녹아내리나요?"라는 질문을 하자, AI 달리는 "시계를 단순히 녹아내리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거대한 하나의 꿈이라고 상상해보세요"라는 답변을 내놓는다.

    그 외에도 달리의 다른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들은 "코끼리 다리가 왜 이렇게 얇죠?", "이 모든 것들을 정말 꿈에서 봤나요?", "당신의 수염은 어떤 의미인가요?"와 같은 질문을 달리에게 던지며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다. 
  • 달리 뮤지엄은 'Ask Dalí'의 목소리를 완성하기 위해 달리의 그림과 음성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훈련시켰으며 여기엔 오픈AI(OpenAI)의 챗GPT-4(ChatGPT-4)와 일레븐 랩스(Eleven Labs)의 일레븐 멀티링구얼 V2(Eleven Multilingual V2)의 머신러닝 모델이 사용됐다. 그렇게 완성된 AI 달리의 목소리는 실제 달리의 목소리와 매우 비슷할뿐만 아니라, 달리의 성격과 말하는 스타일, 유머까지도 그대로 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사람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AI 음성 엔진을 공개하고,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기존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AI에 교육시켜 새로운 노래를 만드는 등 음성 AI 기술이 더욱 정교한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Ask Dalí' 캠페인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와의 대화를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Ask Dalí' 캠페인은 관람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미술관 경험을 제공하고 있지만, 윤리적 문제에 대한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음성을 활용한 AI 기술의 진화는 사람들을 속이거나 잘못된 정보를 퍼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으며, 이미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그의 동의없이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이에 대해 달리 뮤지엄 측은 "만약 살바도르 달리가 지금 살아있었다면, 그는 분명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해 작업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새로운 정보와 영감을 주고자 달리의 영혼으로 새롭게 창조된 경험을 관람객들과 공유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달리의 음성 사용 동의에 관해서는 "달리의 가족 중 현존하는 사람이 없다"며 "달리는 스페인 문화의 일부"라고 덧붙였다.

    'Ask Dalí' 캠페인을 대행한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굿비 실버스타인 & 파트너스(Goodby Silverstein & Partners, 이하 GS&P)의 제프 굿비(Jeff Goodby) 공동 창립자 겸 공동 의장은 "달리는 당대의 최신 기술과 도구에 매료됐었고, 다양한 예술 매체를 지속적으로 탐구한 인물"이라며 "이번 캠페인은 머신러닝 기술과 인간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유쾌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달리의 시적인 글들은 상상력이 풍부한 그의 스타일을 온전히 보여주며, 이것이 AI 훈련의 기반이 됐다"며 "(AI 달리는) 관람객들의 질문에 역동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답변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달리 뮤지엄과 GS&P는 지난 2019년부터 AI 분야에서의 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2019년에는 살바도르 달리 사망 30주기를 맞아 AI를 활용해 달리의 모습을 구현한 'Dalí Lives(달리는 살아있다)' 전시회를 열고 관람객들이 달리의 삶과 작품에 대해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2022년에는 오픈AI의 이미지 생성 AI인 DALL-E(달리)를 활용해 'Dream Tapestry(꿈 직조하기)'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 캠페인은 관람객들의 다양한 꿈을 AI가 하나의 대형 디지털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프로젝트로 주목 받았다.

    달리 뮤지엄과 GS&P는 최신 기술인 AI를 크리에이티비티와 결합해 관람객들이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더욱 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며 미술계에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