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저 지급여력, 4년 연속 순손실, 지배주주 법정 공방 등 리스크 산재'부실금융기관' 낙인에 보험 포트폴리오 필요한 금융지주사들도 참여 안 해자금지원 방안에도 PEF 2곳만 제출한 데다 PEF 부정적 시선…"장기화할 수도"
  • ▲ MG손해보험. ⓒMG손해보험
    ▲ MG손해보험. ⓒMG손해보험
    MG손해보험의 매각작업이 세 차례 만에 유효경쟁입찰을 맞이한다. 건전성 우려와 실적 부진, 최대주주 리스크 등 '부실금융기관' 낙인이 깊다 보니 도전할 것으로 예상했던 '큰 손' 금융지주들이 손사래를 쳤다. 게다가 또다시 사모펀드(PEF)들만 인수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내부에서도 추가 구조조정 등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 3차 공개매각 예비입찰에는 PEF 운용사 등 2곳의 원매자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원매자 2곳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고, 한달여간 예비실사기간을 부여한다. 이르면 6월 중순부터 본입찰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예보 주도의 MG손해보험 공개매각 입찰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두 차례 예비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지난해 1월 1차 매각에서는 예비입찰 참여자 자체가 없었고, 하반기에 시작된 2차 매각에는 한 곳의 원매자만 참여하면서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았다. 국가계약법상 단수의 원매자만 참여한 경우 유효한 거래가 성립되지 않아 무산됐다.

    '부실금융기관'이라는 꼬리표가 사업 진행·확대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정상화 과정에서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던 탓으로 풀이된다.

    앞서 MG손해보험은 2012년부터 매각을 추진해왔다. 전신 그린손해보험 당시 2012년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된 뒤 자베즈파트너스-새마을금고중앙회 컨소시엄에 매각됐으나, 실적 반등을 이끌지 못했다.

    이후 JC파트너스가 2000억원 규모로 MG손해보험을 인수했지만, 추가 증자가 진행되지 않아 금융위원회는 또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실제 MG손해보험의 신지급여력비율(K-ICS)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4.5%(경과조치 적용 후)로, 손해보험사 평균 223%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금융당국 권고치(150%)는 물론, 보험업법상 기준(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K-ICS가 100% 미만인 손보사는 MG손해보험이 유일하다.

    실적 또한 다시 부진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MG손해보험의 순이익은 -837억원으로 2020년(-1006억원)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자본 규모 또한 최근 4년간 2000억원을 밑돌고 있다. 업계 평균 자본총액은 4조2614억원이다.

    인수자로서는 낮은 가격에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악화한 수익성과 건전성을 끌어올리고 경영정상화에 나서려면 추가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은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대주주인 PEF 운용사 JC파트너스가 금융위를 상대로 법정 공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2022년 4월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건전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경영개선명령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JC파트너스는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한편 지정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이 중 가처분신청은 대법원이 금융위 손을 들어주면서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유지됐고, 지정 취소 소송의 경우 지난해 8월 1심에서 금융위가 승소했으나, JC파트너스가 항소해 아직 소송전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입찰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던 '큰 손'은 금융지주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가운데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부실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보험 포트폴리오가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하나금융지주 또한 지난해 KDB생명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후 정상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보험 매물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 ▲ MG손해보험. ⓒ뉴데일리경제 DB
    ▲ MG손해보험. ⓒ뉴데일리경제 DB
    ◇'부실금융기관' 꼬리표에 자금지원 카드도 무색…PEF 부정적 인식도 팽배

    이에 예보는 지난달 3차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자금지원' 카드를 꺼내 들었다. M&A는 물론, 계약이전(P&A) 방식까지 모두 인수자가 선택할 수 있으며 두 경우 모두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는 방침을 밝혔다.

    P&A 방식은 우량자산과 부채를 선택적으로 인수할 수 있고, 고용승계의무도 없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부실자산이나 후순위채권, 보험계약 일부를 제외한 자산을 이전받게 된다. 또 고용승계 부담을 덜어내고 예보의 자금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예보는 예금보험기금 계정을 통해 인수자에게 자금지원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기금은 국내 금융사들이 납부한 보험료, 정부 출연금 및 채권 발행 등으로 조성하는 기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예보기금의 자본 규모는 13조원으로, 2015년 이후 매년 2조원 안팎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MG손해보험의 경쟁력이 더 악화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매각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장기전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예보사의 지원이 1·2차 매각에서도 거론되는 부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각환경에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부실금융기관 꼬리표를 단 상태가 지속하면서 경쟁력이 더욱 악화해 금융지주들이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 번째 매각에 나섰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금융당국과 예보도 안정적인 대상에게 판매를 희망하는 눈치를 보이고 있어 이번 매각이 성사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내부에서는 또다시 PEF가 인수후보자로 거론되면서 고용불안과 단기성과 치중으로 인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앞서 MG손해보험은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인수의향자의 부담을 낮췄으나, 강제 인력 감축 등 추가 구조조정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PEF는 저렴하게 사서 값을 올린 뒤 다시 매각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 직원들 입장에서는 다시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인위적인 인력 감축안은 물론, 가치를 올리는 과정에서 실적을 단기간에 올리기 위한 채찍질 역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PEF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한 바 있는 만큼 MG손해보험 매각절차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치권에서는 PEF의 인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언급된 불거진 바 있다"며 "PEF 단독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금융감독원 등이 충분히 예의주시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