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개혁 의지 뚜렷 … 건폭 불법 바로잡고 노조회계 공시 이끌어내심의 앞둔 최저임금 주목 … 지역·업종별 차등화해야 최소한의 노동경쟁력 이뤄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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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위원회.ⓒ연합뉴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 신흥국의 노동자가 선호하는 일자리 국가 1위가 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생산가능인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모든 산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의존도가 높아지는 일부 업종이나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달가운 소식만은 아니다.미쓰비시UFJ리서치&컨설팅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엔화로 환산한 한국 제조·건설·농축산업의 외국인 노동자 월급은 평균 27만1000엔(2022년 평균 환율 기준 275만원)이었다. 21만2000엔(215만여원)인 일본보다 6만엔(60여만원)쯤 많다. 이는 올해 캄보디아 고졸 생산직 초임(30여만원)의 2배 가까운 차이다. 한국은 캄보디아에서 제조업과 건설업, 농축산업, 조선업 등 4개 업종에 한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는데 모두 일본보다 월급이 세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시아 신흥국의 외국인 노동자들도 일본보다 월급이 센 한국행을 선호하고 있다.이런 현상이 벌어진 배경에는 급격하게 오른 한국의 최저임금이 있다. 지난해 한국과 일본 간 최저임금은 처음으로 역전됐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평균 1004엔(약 8829원)이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1000원 이상 높은 셈이다. 주휴수당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차이는 더 벌어진다. 우리는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이 현재도 1만원을 훌쩍 넘는다.한가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을 모든 지역과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지만, 일본은 지역·업종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한다.우리나라의 주휴수당 포함 최저임금은 1만1932원 수준이다. 이는 일본 내에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지역인 도쿄도보다 2000원 이상 높다.한국의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밀어붙였던 문 정부 5년간 최저임금은 6470원에서 9160원으로 41.6%나 상승했다.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심의 때마다 지급능력이 없다며 지역·업종별 차등적용을 호소했지만, 번번이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막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넘어가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나홀로 사장이 늘어나면서 노동취약계층의 일자리 박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취약 노동자를 위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이 거꾸로 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자충수가 되고 있는 것이다.이런 연장선에서 생각할 때 외국인 노동자의 한국행 선호를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지급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농·축산 농가나 영세 음식점·숙박업체의 경우 값싼 노동력을 기대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지만, 설령 이들의 노동생산성이 낮더라도 제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숙련노동자와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개시를 앞두고 제13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6명이 새로 위촉됐다. 고용노동부는 13일로 임기가 끝나는 제12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을 대신해 공익위원 8명, 근로자·사용자위원 각 9명을 새롭게 위촉했다.이들은 오는 21일 제1차 최저임금위 전원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올해도 최저임금 차등지급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노동계는 일부 업종 종사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줘도 된다는 낙인이 찍힌다며 차등지급을 반대할 게 불 보듯 뻔하다.최저임금은 이제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개혁의 대상이 됐다. 서울과 지방의 생활비가 다르고 첨단 제조업의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숙련노동자와 시골 마을에 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생산성에도 분명 차이가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맹목적으로 모든 업종에 대해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최저임금보다 못받더라도 일자리를 원하는 노동취약계층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차등지급 논의는 더 미룰 수 없는 노동개혁 과제가 됐다.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흔들림없이 노동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불법행위에는 엄정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선례를 만들었고, '건폭(建暴)'으로 불리던 건설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선 단호히 칼을 빼들었다. 또한 불투명하게 운영됐던 노동조합의 회계에도 메스를 들어 처음으로 투명한 회계 공시를 이끌어냈다.이런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가 최저임금 차등지급을 노동개혁 완수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국내에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 이뤄진 것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한 번 뿐이다. 당시는 업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했다. 경영계는 당장 내년에 차등적용을 적용하기 어렵다면 이번에 적용 가능한 업종 범위에 대해서만이라도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관건은 캐스팅보트(결정표)를 쥔 공익위원에게 달렸다. 중립을 지키며 노사 간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공익인지를 심사숙고해 때론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공익위원에게 맡겨진 임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