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못받은 세입자 급증 … 빌라 '손절' 가속화하나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사례가 올해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등으로 인한 보증금 미반환이 지속되면서 빌라 기피현상도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국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건수(집합건물 기준)는 1만7917건으로 전년동기 1만1339건보다 58.0% 늘었다. 2년전 2022년 1∼4월(2649건)과 비교하면 6.7배 많은 건수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계약 종료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에 미반환된 보증금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제도다.

임차권등기를 마친 세입자는 이사를 나가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대항력·우선변제권)가 유지된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늘고 있다는 것은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많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4935건)로 1년새 40.3% 증가했다.

다가구주택 전세사기가 줄줄이 터진 대전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1∼4월 기준 2022년 48건에서 지난해 89건, 올해 141건으로 늘었다.

전세금을 못돌려 받는 세입자가 늘면서 빌라시장 침체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은 전세사기 여파로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보면 3월 전체 주택 매매량은 5만2816건으로 전년동기대비 0.9% 늘면서 반등했다. 하지만 이중 빌라 등 비아파트 거래는 1만2000건에 그치며 1년새 6.1% 감소했다.

거래가 줄면서 가격도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결과 빌라 매매가격지수는 지난 3월 전국 기준 98.2로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매시장에서도 빌라는 '찬밥' 신세다.

경·공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경매에 부쳐진 빌라의 낙찰률은 15%에 그쳤다.

일례로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 빌라는 감정가(2억8900만원) 8.6%에 불과한 2482만5000원에 경매가 진행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13번째 유찰을 기록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비아파트 전세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민층 주거사다리 역할을 했던 빌라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며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무주택자 주거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