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가격 동결에도 운반비는 5년간 56.6% 인상정부·자재업계, 가격안정화 총력에도 가격인상 요구건설경기 둔화에 출하량 감소… 원가구조 악화 피해는 소비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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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미콘업계가 건설경기 둔화에 따른 출하량 감소와 운송비 인상 요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감이 줄어든 마당에 운송비 인상 요구까지 겹치며 업계 전반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역별 임금격차, 건설경기 등을 고려한 현실적 운반비 협상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이하 전운련)는 최근 수도권에 레미콘 운송비 단체협상을 시작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전체적인 운송단가 인상률은 통보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10% 내외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운송사업자들은 개별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비를 협상해야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레미콘 운송 차주들로 구성된 전운련이 대신 운송비 단체협상을 진행해오고 있다. 

    레미콘업계에서는 건설경기 침체라는 상황에서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이 과도한 수준의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 레미콘 단가(25-24-150 규격 수도권 협단가 기준)와 운반단가(수도권 평균(추정 중간값))에 따르면 2018년 6만6300원이었던 레미콘 가격은 지난해 8만8700원으로 33.8% 인상될 때 레미콘 운반비는 4만4500원에서 6만9700원으로 56.6% 상승했다. 2019년 레미콘 단가가 동결(전년 대비)됐을때도 레미콘 운반비는 5.6% 증가했다. 이는 어느 산업군에서도 보기 힘든 가격인상률이다. 

    특히 건설경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레미콘 운반비 인상 이유도 불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수익구조는 ▲회전수당 ▲거리수당 ▲기타 보조금 등인데 사실상 차량 유지비, 기름값 등 개인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다 업체가 부담하고 있다. 원재료 가격이 인상에 따라 가격을 인상이 필요한 레미콘업체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말이다. 

    건설경기가 둔화하면서 최근 공사 수요와 자재 수요는 감소하고 있지만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수급 문제가 생기면서 공사비는 최근 3년 사이 28.9%나 상승했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레미콘 등 자재업계가 가격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의 경우 시멘트, 골재 등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라 가격을 인상하지만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은 매년 ‘생존권 사수’라는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운반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를 제한하고 있는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를 등에 업고 영업용 번호판 판매, 마당비 등 불법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미콘업계는 시멘트가격 인상분을 온전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상황에서 운반비까지 인상될 경우 경영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멘트가격은 레미콘 제조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작년 11월부터 톤(t)당 7% 가량 오른 상태다. 

    실제 레미콘을 주력으로 하는 유진기업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349억원, 영업이익79억원에 그쳤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3.7% 줄었고 영업이익은 51.2% 감소했다. 같은기간 순이익도 56.1% 급감한 137억원에 불과했다. 주택 착공이 감소한 데다 시멘트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풀이된다. 

    건설경기로 출하량 또한 감소하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레미콘 출하량은 1억3360만㎡로 전년보다 4.1% 감소했고, 올해 출하량은 작년보다도 2.3% 줄어든 1억3050만㎡ 규모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운반비까지 증가하는 경우 레미콘 제조 원가구조는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제조 원가구조가 악화되면 레미콘 가격 상승과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져 건설사 부담이 커지며 결국 분양가 상승 등 수요자와 건설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평균 기준 운송자들은 연간 1억원 가까이 소득을 얻는 고소득 개인사업자로 근무시간 단축, 건설 수요 감소 등에 따라 일 회전 수가 줄며 하락한 수익을 보존하기 위해 건설업계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그 와중에 일부 지역간 소득 차이는 2배에 달하는 있어 운반비 인상을 예년처럼 관행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지역별 임금격차, 건설경기 등을 고려한 현실적 운반비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