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최종 배상비율 30%…농협은행의 절반 수준하나은행, 4대 은행 중 민원 건수 가장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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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를 거치면서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고객에게 더 많은 이득을 주는 것' 못잖게 '고객에게 손해나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해졌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줄곧 ‘손님 우선주의’ 원칙을 앞세우며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했다. 이 결과 ‘금융 민원 최저 은행’으로 거듭나고 ELS 배상 과정에서도 적합성원칙 위반이나 부당권유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는 등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3년 연속 금융권 최저 민원 타이틀을 거머쥔 하나은행의 거버넌스 형태와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하나은행, ELS 기본배상비율 업계 최저 20%… 민원도 최저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이 홍콩H ELS 관련 5개(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은행의 대표 불완전판매 피해 사례에 대해 30~65%의 배상 비율을 책정했다. 

    ELS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이 중 하나은행은 기본배상비율이 20%로 은행권 중 가장 낮았다. 신한은행도 이와 동일했다. 반면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SC제일은행에는 30%를 적용했다. 

    하나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이 가장 낮을 수 있었던 이유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6대 원칙인 적합성 의무와 부당권유 위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놓은 기본배상비율을 포함한 최종 배상비율 역시 하나은행은 업계 최저 수준인 30%를 적용받았다. 

    반면 농협은행의 경우 최종 배상비율이 손실액의 65%로 하나은행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이는 하나은행의 경우 다른 은행에 비해 금융소비자보호법 관련 위반 사항이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감원이 해마다 발표하는 금융민원 결과에서도 4대(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 중 하나은행이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하나은행의 2023년 기준 ‘환산 민원건수(고객 10만명당)’는 4.6명, ‘총 민원건수’ 1092건으로 건수 기준 최소 민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경우 환산 민원건수는 6.8명, 총 민원건수는 2321명으로 하나은행과 격차가 컸다. 

    하나은행의 전년 대비 민원건수 증감률도 5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의 증감률(국민 83.8%, 신한 65.7%, 우리 61.3% 등)과 비교 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하나은행은 이로써 최저 민원건수 왕좌를 3년 연속(21년~23년) 지키며 효과적인 민원 관리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 ▲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하나금융
    ▲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하나금융
    ◇ 함영주 회장, "금융소비자 보호가 핵심"… ‘소비자리스크관리위’ 두각 

    하나은행은 민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로 영업 현장과 경영 전반에 자리잡은 '손님 중심' 원칙을 꼽는다. 

    하나은행은 리스크관리 체계를 은행 중심에서 금융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2021년 이사회 내에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새로 꾸렸다.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이사회 내에서 선제적이며 능동적으로 금융소비자리스크관리 정책과 체계를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 ‘손님 중심 리스크 관리를 통한 신뢰 강화’를 목표로 금융상품의 기획·선정·제조 및 사후관리 단계에서 소비자리스크 관점의 상품 위험 및 변동성을 전문·독립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2021년 1월 금융권 최초로 시행한 '상품숙지 의무제'가 대표적이다. 사전교육을 통해 상품의 중요사항을 숙지한 직원만 상품권유와 판매를 하도록 했다. 

    이듬해인 2022년 5월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소비자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은 펀드나 주가연계신탁(ELT) 등 고객이 보유한 투자상품과 제조사, 판매채널, 고객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해 상시 모니터링하고 위험요인 발생 시 알림을 통해 즉시 대응하는 체계다. 

    이를 통해 경영진을 포함한 전 은행에 소비자보호 의식이 자리 잡힐 수 있었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하나은행이 ‘손님 우선’의 기업문화를 굳건히 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역할이 컸다.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부터 “금융소비자 보호는 금융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 사항”이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금융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금융지주 회장이 된 이후에는 ‘상생금융’과 ‘소비자 신뢰회복’ 실천을 제시했다. 

    함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1주년을 맞아 열린 임원 간담회에서 금융이 손님과 사회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금리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손님들을 위해 △금융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자와 수수료 결정체계의 원점 재검토 △감면 요구권 확대 및 수용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제적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할 것을 주문했다.

    함 회장과 발맞춰 이승열 하나은행장 역시 금융소비자 보호와 권익제고를 하나은행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 행장은 지난해 3월 28~31일 나흘 동안을 ‘금융소비자보호 위크(week)’를 지정하고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는 소비자보호 활동을 실시했다.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완전 판매 프로세스도 점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함영주 회장과 이승열 행장이 추구하는 ‘손님 중심’ ‘소비자보호’ 철학이 경영 방향성과 함께하며 소비자 보호 활동과 각종 지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