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 원산지 이상기후로 커피·초콜릿 등 고공행진국내서도 기후 문제로 작황 부진, 가격 상승 겪어전문가 "이상기후로 공급 심화 중…이미 임계점"
  • ▲ 지난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남부의 포르투알레그리 중심가 도로가 폭우로 침수돼 있다ⓒ연합뉴스
    ▲ 지난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남부의 포르투알레그리 중심가 도로가 폭우로 침수돼 있다ⓒ연합뉴스
    카카오와 커피 등 식료품 원료 주생산지인 베트남·스페인·브라질·아프리카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호우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식품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그렇잖아도 강달러·고유가 여파로 비상상황인 국내 수입물가를 크게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업계와 식품당국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다음 달 1일부터 자사 제품 17개의 가격을 평균 12% 인상한다. 초콜릿·빼빼로 등 카카오를 원료로 하는 제품이 다수 있다. 가격 인상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서아프리카 지역에 폭우·가뭄이 이어진 것과 관련 있다. 서아프리카는 '카카오 벨트'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상기후로 농사가 초토화 됐다.

    카카오를 원료로 하는 코코아 제품에도 직격탄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코코아 선물 가격은 3월에 사상 처음으로 톤(t)당 1만달러를 넘어섰고, 지난달 11일(현지시간) 기준 1만54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5~12월까지는 5000달러 미만을 유지했다.

    대형마트 3사의 올리브유 가격도 30% 이상 올랐다. 백설 압착올리브유 900밀리리터(㎖)는 1만9800원에서 2만6500원으로, 500㎖ 제품은 4200원 오른 1만6200이다. 이 또한 올리브 주생산지인 스페인의 폭풍·가뭄 등 이상기후 영향이다. 스페인은 지난 2월 '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인당 물 사용량을 200리터(ℓ)로 제한하기도 했다.

    베트남의 로부스타 커피는 런던에서 지난달 t당 4338달러를 찍었다. 사상 최대 금액으로, 1년 전 최고가는 2608달러다. 이는 지난 2~4월까지 베트남의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베트남 까마우성(CA Mau)은 지난달 가뭄 장기화로 '자연재해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메콩델타의 띠엔장성(Tien Giang)의 선포에 앞서 올해 두 번째다.

    가뜩이나 강달러와 고유가 여파로 수입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데 이상기후에 따른 주요 원료 공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물가폭탄' 화력이 점차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브라질에 쏟아진 폭우로 커피 뿐 아니라 세계 옥수수와 대두 가격도 요동치게 하고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상기후로 인해 작물 수급 문제가 생겨, 가격이 폭등하는 '기후인플레이션'은 국내에서도 볼 수 있다. 올 초 이상기후로 사과·배 등 농산물 작황 부진이 일어 '금사과'로 불릴만큼 농산물의 가격이 급등했다. 4월 초 사과·배 등이 포함된 과실류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0.3%였다. 지난해 7~8월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상추·시금치·열무 등 시설채소의 가격이 한 달 만에 약 60~80% 오른 바 있다. 

    정수종 교수는 "자급자족 작물이 (이상기후로 문제가 생겨) 중국 등 해외에서 수입하면 해결되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며 "이상기후는 작물 공급 문제 심화로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생태학적 임계점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이상기후) 피해 예상지역과 정도를 모니터링하는 등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기후적응기술'이 좋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