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미복귀 상태로 병원 가동 장기화의대 교수·의사 단체 반발 여전 … 여론전 돌입간호법 무산에 따른 간호사 불만 가중 22대 국회 복지위서 소통 창구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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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증원을 시작으로 의료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는 정체됐고 의대 교수들과 각 의사단체는 소송과 촛불집회 등으로 증원의 문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또 다른 의료개혁 중 하나로 간호법 제정이 수면 위로 올랐지만 정쟁 탓에 묻혀 21대 국회 회 내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간호계는 PA(진료보조) 시범사업 등 참여를 거부할 방침이다. 

    28일 정부에 따르면 의료개혁은 27년 만에 의대증원으로 첫발을 뗐고 필수, 지역의료 살리기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전공의 비중이 높은 대형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해 수련의사 환경 개선도 동시에 이뤄진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실정이다. 정책 추진은 대국민 여론에 힘을 얻었지만 의사사회는 반대하는 입장으로 당장 의료대란을 멈추기 위해 필요한 전공의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 수련병원 211곳에서는 레지던트 1만501명 중 839명만 출근(출근율 8.0%) 중이다. 이 중 대다수 전공의가 소속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은 9991명 중 675명만 출근(출근율 6.8%) 수준이다. 

    이대로는 정상적 의료체계 가동이 어렵다. 약 100일간 전공의 이탈을 버텼지만 하반기로 넘어갈 경우, 지방 대학병원부터 도산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때 환자 피해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개연성이 있다. 

    서울대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받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께서 현명한 판단을 하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 "지난 2020년 의료공백이 한 달 만에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국회의 주도로 의정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는 3개월 넘게 협박만을 일삼고 사법부는 의료대란을 해결할 기회를 흘려보냈다. 이제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입법부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오는 30일 동시다발적으로 촛불집회를 열어 의대증원 반대 의견에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애초에 임현택 집행부가 총파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다소 톤다운된 투쟁 노선으로 우회한 셈이다. 

    의료계가 고강도 투쟁 대신 증원의 문제를 알리는 여론전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뇌관은 여전하다.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리면 곧바로 대응 수위가 올라가는 폭풍전야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 간호법 무산, PA 시범사업 보이콧 우려

    간호계는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간호법을 요구했고 여야 역시 21대 회기 내 처리를 약속했지만 불발됐다. 개혁의 첫발은 내디뎠지만, 다음 발로 이어지진 않은 셈이다. 의사들의 의대증원 반발에 이어 간호사들의 간호법 무산에 대한 PA 시범사업 보이콧이 진행될 전망이다.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대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공백을 메꾼 간호사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자칫 진료대란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탁영란 대한간호협회(간협) 회장은 전날 성명을 통해 "전공의들이 의대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지 100여 일이 지났지만 간호사들은 오늘도 자신들의 몸을 갈아 넣고 버티고 있다"며 "이들을 법령으로 보호할 간호법은 여야와 정부의 합의에도 폐기 위기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탁 회장은 "간호법은 법으로 간호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숙련된 간호 인력 확보를 통해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의료개혁의 첫걸음"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를 끝으로 21대 국회가 폐원하는 상황이라 간호법은 물리적 시간의 한계로 처리가 불가능해졌다. 

    서울소재 상급종합병원 간호사는 "이번 회기에 처리되지 못하고 22대 국회로 넘어가겠지만 이때 의정 갈등이 풀리면 간호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필요할 때만 쓰고 버리는 '티슈 노동자'가 바로 간호사"라고 했다. 

    ◆ 대화가 최우선, 22대 복지위 역할론 무게 

    의료개혁은 중장기적 과제이자 큰 변화여서 의료 공급자들과 호흡을 맞춰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 모두 반발하는 상황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이때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돌아가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정부는 유화책과 강경책을 동시에 쓰면서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 의료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각종 특위와 논의체 구성을 통해 대안을 만들고 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면 의료개혁에 대한 지속적 대안을 만드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는 중론이다. 

    의료계 고위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정부가 이끄는 각종 논의체에 대한 믿음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22대 국회 보건복지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출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간호계 고위 관계자 역시 "더 이상 합의한 내용이 정쟁 탓에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상임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신속한 법 제정 등 의료개혁의 방향성을 맞춰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