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조기업 레녹스와 합작사 설립대형 M&A 여전히 안갯속사업지원TF에 M&A 전문가 총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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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로 냉난방공조(HVAC) 분야를 점 찍고 합작사업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앞서 삼성은 몸값 8조 원 규모의 또 다른 HVAC 기업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합작 방식으로 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본격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 위한 삼성의 신중한 움직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미국 HAVC 기업인 레녹스와 유통 전문 합작법인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합작법인은 미국 텍사스 로어노크 지역에 기반을 두고 레녹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지 유통망에 삼성전자의 냉난방 기기를 공급하는 형태로 역할을 나누게 된다. 합작사 지분 비율은 삼성전자가 50.1%, 레녹스가 49.9%다.

    삼성이 이번에 레녹스와 합작사 신설을 발표하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이 HVAC 기업을 인수하는 대신 합작 형태로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에 관심이 증폭됐다. 앞서 삼성이 북미 HVAC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오랜만에 대규모 M&A 시장에 등장할 것이라고 보도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이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던 HVAC 기업이 아닌 곳과 합작에 나선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삼성은 이번에 손을 잡은 레녹스가 아니라 또 다른 미국 기반 다국적 기업인 '존슨컨트롤즈(Johnson Controls)'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이후 이와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이 알려지지 않으면서 지난 2016년 전장업체 하만(Harman)을 인수한 이후 최대 거래가 될 수 있었던 해당 건도 안갯 속이었다.

    삼성은 북미시장에서 탄탄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레녹스와의 효율적인 협업을 위해서 합작 형태를 추진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유통망에 레녹스의 유통망을 더해 판매 경로를 확대하고, 레녹스는 유니터리 제품 외에 삼성전자의 개별공조 제품까지 판매하며 사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합작법인은 북미지역 레녹스 직영점, 홈 빌더 파트너들에 'Lennox powered by Samsung' 브랜드의 개별 공조 제품을 공급하고, 기존 삼성전자 유통점에는 삼성 브랜드 제품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이 합작사 설립에 그치지 않고 HVAC 시장을 완전히 점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몸집을 키울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레녹스와의 합작을 시작으로 추가적인 M&A 여지도 충분히 남아있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매물로 남아있는 존슨컨트롤즈 같은 핵심 HVAC 기업에 삼성이 근시일내에 접근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대규모 M&A 추진에 운을 띄워놓은만큼 추가적으로 빅딜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다만 현재 반도체 사업 관련해서 위기감이 높은 상황에서 HVAC 사업 추진을 위해 순차적인 빌드업(Build-up) 단계를 밟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내에서 빅딜을 추진하기 위한 인적 구성은 이미 오래 전에 완성해놓은 상황이다. 지난 2021년 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로 옮겨 온 M&A 전문가 임병일 부사장이 빅딜 추진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여기에 임 부사장의 전임자이자 삼성의 굵직한 M&A를 주도했던 안중현 사장이 삼성글로벌리서치로 자리를 옮겨 M&A 무대를 글로벌로 확장했다.

    지난 21일 원포인트 인사로 삼성의 미래사업추진단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경계현 사장도 앞으로 M&A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경 사장은 반도체 전문가인 동시에 AI로 완전히 판도가 바뀐 산업계의 최전선을 두루 살폈던 경험을 삼성의 미래사업 발굴에 활용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