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보다 싼 철근문 닫거나 사업 접는 '스티렌모노머'초저가 BYD, 한국 진출 초읽기헐값 배터리, 韓업체 점유율 갉아먹어알테쉬 공습에 유통시장은 이미 중국 예속
  • 중국의 '싸구려 덤핑' 공세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도무지 가격 대응이 되지 않는 한국 제조업체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며 낙담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다면 자칫 산업기반 전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온라인 철강 쇼핑몰 스틸1번가에 따르면 최근 철근 가격은 어느새 편의점 생수보다 싸졌다. 

    현재 철근 가격은 kg당 695원 수준으로, 삼다수 500ml 2병 구매가격 1348원보다 저렴하다. 

    건설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철강 수요가 줄고 있는 터에 중국산 철강의 후려치기 공세가 이어지면서 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연관 조선업 호황으로 후판 등의 반사이익을 기대했으나 그마저도 중국산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스티렌모노머(SM)' 덤핑에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SM은 가전에 들어가는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필수 석유화학 원료다.

    LG화학은 지난해 충남 대산 SM 공장의 가동을 멈춘 데 이어 최근 전남 여수 SM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토탈은 지난달 중국산 SM이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입돼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롯데케미칼도 중국 등 일부 해외 법인과 생산 기지를 정리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산 '안전지대'로 평가받는 북미 시장마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은 이달 동남아를 우회해 수입되는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인도·멕시코 등 다른 경로를 뚫고 있다.

    현지에 진출해있는 한화솔루션은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을 3대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하며 정부 차원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다.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BYD를 필두로 1000만원대, 2000만원대 초저가 모델로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포화 조짐을 보이자 초저가 차량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연내 한국에도 BYD 진출이 예고된 상태다.

    배터리 업계도 울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지켜왔지만, 지난 3월 왕좌를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에 내줬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지방정부로부터 토지와 저금리 대출을 제공받는다. 대신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배터리를 생산한다. 정부가 배터리를 3대 신성장동력으로 지정했기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쉬지 않고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적자로 아랑곳하지 않는다. 중앙과 지방 정부가 앞다퉈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C-커머스' 돌풍이 분 유통업계는 이미 상당부분이 잠식된 상태다.

    중국 3대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 테무, 쉬인은 파격적인 초저가에 무료배송까지 앞세우면서 한국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알테쉬 제품이 통관을 거치는 평택항의 특송화물 반입 건수는 2020년 1335만 건에서 2023년 4009만 건으로 300% 이상 급증했다.

    3월 말 BC카드의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 알리와 테무 이용 고객과 매출액은 지난해 10월 대비 각각 90%, 79.4% 늘어났다.

    무인증, 무관세로 들어오는 알테쉬 제품에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는 내달 KC인증 제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제조 기반 상당부분이 중국업체에 예속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