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서 임기만료로 폐기 후 재청원…청원 성립 요건 넘겨한투연, 이재명 민주당 대표 서한 전달 이어 면담 신청 정부·업계, 금투세 도입 따른 시장 부작용 우려 지적…야당 압박 수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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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위해 관련 세제 입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10여일 만에 폐지 청원이 6만명을 목전에 두면서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6분 현재 '금투세 전면 폐지 및 국민 거부권 행사법 제정 촉구에 관한 청원'에 5만9267명이 동의했다. 

    청원 성립 요건인 5만명을 훌쩍 넘겼다. 오는 16일까지 청원 동의 절차를 마저 진행한 후 소관위원회로 회부돼 청원 심사를 받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청원이 진행됐지만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당시 한 달간 6만5000명의 동의가 이뤄졌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청원의 동의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다. 

    특히 지난 9일만 해도 3만명 대였던 동의자 수는 하룻밤 사이에 2만여명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금투세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청원 동의는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을 비롯한 개인투자자는 물론 유명 경제 유튜브 채널,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홍보가 이뤄지면서 화력이 붙는 모습이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기타 25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세율은 20~25%다. 원래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25년으로 시행이 2년 유예된 상태다.

    내년 금투세 도입이 예정된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금투세 폐지를 언급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투세 자체는 합리적으로 설계하려고 노력한 결과"라면서도 "투자 특성이나 행위자의 심리적 동기 측면에 대한 고려가 됐는지는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금투세 폐지를 채택하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천명했다.

    문제는 이번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의 스텐스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비판이 민주당을 향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한투연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강행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당초 예상됐던 참가 인원을 훌쩍 초과한 450여명의 개인투자자가 이날 함께 촛불을 들었다.

    한투연은 지난 5일 이재명 당대표에 대한 서한을 전달했고, 면담 신청도 한 상태다.

    전문가들의 우려 속에 금투세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만큼 민주당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정 대표는 "국내 증시 실정에 맞지 않는 현재의 금투세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며 "완전 폐기 후 시장 성숙 과정을 거쳐 재논의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1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금투세 도입으로 주가가 폭락하면 민주당이 책임지겠다고 과거 밝힌 적 있다"면서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제도를 정쟁화해서 밀어붙이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투세 도입이 세후 기대수익률 감소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젊은 세대 등 잠재적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의지를 낮출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세금을 피하기 위해 단기매매를 부추겨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학계 인사를 주축으로 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150조 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치명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투세 시행에 반대하고 있다.

    대만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대만은 과거 1989년 일종의 금투세인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주가지수 40% 폭락 등으로 철회했다.

    국내 증시에서 실제 개인투자자들의 이탈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6조555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19조 원 넘게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와 대조된 모습이다.

    대형 증권사 한 지점장은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유예 논의 끝에 벌써 몇년째 피로감이 쌓인 상황"이라면서 "큰손 고객들의 금투세에 대한 민감성은 정치권이 가늠하는 수준 그 이상으로, 이에 따른 시장 혼란을 고려하지 않는 밀어붙이기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