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대만 모두 마이너스 성장'사재기' 중국, 나홀로 113% 증가日, 중국이 핵심 고객… 韓, 의존도 더 높아져중국 반도체 굴기 여전히 진행형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미국의 제재로 오히려 사재기에 나선 중국이 반도체 장비업계 큰 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장비사들은 물론이고 일본과 미국업체들에게도 중국의 영향력은 이미 절대적이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이어지면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산업협회(SEMI)와 일본반도체장비협회(SEAJ)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반도체 장비 구매 규모를 113% 늘렸다. 금액으로 보면 1분기에만 125억 2000만 달러 어치 반도체 장비를 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요 국가들 중 사실상 중국만 유일하게 장비 구매를 늘렸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같은 기간 미국과 대만은 장비 구매액이 52%, 66% 줄었고 한국과 일본도 각각 7%, 4% 장비 구매가 줄었다.

    지난 1분기 중국이 사들인 반도체 장비 비용이 글로벌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운 수준이었다. 그 뒤를 잇는 한국과 대만, 북미, 일본의 전체 장비 구매 비용을 합쳐도 중국이 월등히 높았을 정도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이미 절대적인 수준이다.

    1분기 글로벌 반도체 장비 구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중국의 막강한 구매력으로 시장 전반이 버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산업에서 장비는 보통 업황의 후행 지표로 꼽히는데,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전체 반도체 장비 시장 자체가 전년 동기 대비 6% 쪼그라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업황 자체는 호황기로 돌아섰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에선 이미 "중국이 없으면 안된다"는 얘기가 나온지 오래다. 미국의 강력한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중심의 매출 구조는 손 쓰기 어려울 정도로 굳어진 상황이다. 오히려 미국이 중국에 본격적으로 칼 끝을 겨누면서 더 강력한 규제에 대비해 장비를 선점하기 위한 사재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대로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업황 침체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감산까지 추진하며 물량 조절에 나섰고 그만큼 장비 수요가 줄어 장비사 입장에선 매출 비중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대만 TSMC를 고객으로 두고 있던 장비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일본 장비업계에서도 큰 고민 중 하나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이자 세계 3위인 도쿄일렉트론(TEL)을 포함해 아드반테스트, 니콘 등은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시작되며 매출 전망을 잇따라 하향하는 등 우려가 컸다. 이들 기업들 대부분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거의 절반에 달하는 매출이 중국에서 나오는 사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중국이 더 큰 규제에 대비해 장비 선주문에 나서면서 하향했던 실적을 다시 상향 조정하는 반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향후에도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장비업체들의 중국 의존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