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예정 됐던 기공식도 취소… 커팅식 할 상황 아니란 판단공정위의 ‘비윤리적 기업’ 판단에 충격… 존속에 대한 위협으로이례적 공정위 반발 배경엔 절박함 ‘고객신뢰 없이 영업 불가’
  • ▲ 쿠팡 물류센터.ⓒ뉴데일리DB
    ▲ 쿠팡 물류센터.ⓒ뉴데일리DB
    “이대로면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

    쿠팡의 입장 중 일부다. 쿠팡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을 두고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그동안 이커머스 시장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면서 급격하게 성장해온 쿠팡이 하루아침에 ‘비윤리적 기업’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쿠팡이 천문학적 투자금을 쏟아 부었던 ‘로켓배송’ 서비스의 경쟁력에 대한 회의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쿠팡 내부의 충격은 적지 않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오는 20일 예정된 부산 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했다. 회사 측은 구체적으로 취소 사유를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현시점에 웃는 표정으로 테이프 커팅을 진행 할 수 없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쿠팡 경영진이 최근 공정위 처분에 받은 충격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지금까지 쿠팡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과장광고에 따른 과태료 부과부터 대규모유통법 위반 과징금 처분 등도 수차례 이뤄졌다. 

    그럼에도 쿠팡이 최근 공정위의 처분에 전례 없는 충격에 휩싸인 것은 임직원을 동원하고 검색 순위를 조작해서 자사 물건을 팔아치우는 ‘비윤리적 기업’이라는 공정위의 판단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 쿠팡이 ‘고객 경험’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던 풀필먼트, PB상품, 로켓배송에 대한 경쟁력을 전면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이야기다.

    강한승 쿠팡 대표가 지난달 29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해 고객을 기망하고 부당하게 유인해 성장했다는 사실과 다른 주장에 대해서는 정말로 억울하고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적극 반박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는 당시 “유통업계 전반으로 경쟁적인 시장 환경에서 소비자에게 양질의 상품을 가장 좋은 가격에, 가장 편리한 서비스로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고객의 신뢰를 잃는 순간 쿠팡은 경쟁에서 도태되고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항변은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이후 공정위는 쿠팡의 검색 순위 조작과 관련 1400억원의 과징금과 검찰고발을 결정했다. 유통업체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었다.

    이후 쿠팡은 이례적으로 공정위 처분에 반박 증거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속내는 여전히 편치 않다. 공정위 처분이 행정소송에서 뒤집어지더라도 그 기간 동안 소비자의 신뢰에 상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신뢰는 쿠팡의 경쟁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 쿠팡 안팎의 판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행정소송을 예고한 쿠팡이 공개적으로 공정위 처분에 반박하고 나선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훼손시킬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과징금 규모를 떠나 어떻게 비윤리적 조직으로 몰 수 있냐는 내부의 분노도 있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공정위 처분에 따른 학습효과라는 관측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21년 공정위가 쿠팡의 LG생활건강과 갈등을 일방적 불공정행위로 판단했는데 행정소송에서 뒤집어지기까지 약 3년이 걸렸다”며 “그 기간 쿠팡은 ‘갑질기업’이라는 낙인을 받아야 했는데, 이번에는 묵묵히 당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쿠팡의 상황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쿠팡이 지난 10수년 간 수조원의 누적 적자를 내던 때보다 신뢰의 위기를 더욱 큰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 내부에서는 향후 예정된 투자 계획을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