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5조 이상 불구 경제력 비중 낮아져매출집중도 4.2%, 자산집중도 2.4% 불과도입 취지 무색… 일감몰아주기 방지 다른 수단 많아
  • ▲ 한국경제인협회ⓒ연합뉴스
    ▲ 한국경제인협회ⓒ연합뉴스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도입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가 규제 도입 취지를 상실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18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제외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 정도를 분석한 결과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외감기업 전체 자산에서 이들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2.4%에 그쳤고, 매출도 4.2%에 불과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란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가리킨다. 지정된 기업집단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현황 등을 공시해야 하며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받는다.

    이 중 자산총액이 우리나라 GDP의 0.5%(약 10조4000억원)가 넘는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돼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규제가 더해진다.

    한경협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전체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차지하는 자산 비중은 9.4%, 자본은 9.0%, 부채는 9.8%에 그쳤다.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매출액은 9.0%, 당기순이익은 10.7% 정도의 비중을 보였고, 고용인원 비율도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상의 주요 항목의 비중과 비슷한 9.6%로 나타났다.
  • ▲ ⓒ한국경제인협회
    ▲ ⓒ한국경제인협회
    같은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거대 재벌 그룹과는 규모 차이가 현격한데, 규제는 비슷하게 받는다는 게 한경협 설명이다.

    실제로 이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77.9%는 자산 및 매출액 규모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수준이며 49.1%는 소기업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법상 대기업으로 규정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전체 1105개 중 48개로 4.3%에 불과했다.

    일각에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를 폐지하면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한경협은 설명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이 해제되더라도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할 다양한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특수관계자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과 거래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이익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하기 때문에 부당한 이익을 거둘 여지가 제거된다.

    또 상법상 회사의 이익이나 기회를 개인적으로 가로채 기업에 피해를 초해하면 손해 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다. 손배 책임을 묻는 것은 주주들이 대표소송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최근 활발해진 주주행동주의를 고려하면 일방적인 일감 몰아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대외 경제 개방도가 높아지고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의 규모, 경제력 집중도가 크게 낮은 상황에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유지해야할 근거가 없다"며 "세계 유일의 갈라파고스 규제인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