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 전력망 확충법 답보한차례 폐기 후 논의 안돼… 622조 투자 제자리민주당 100조 금융에도 빠져원전 10기(10기가와트) 전력 충당해야'직접 보조금'은 어디에도 안 보여
  • ▲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 원삼면ⓒ연합뉴스
    ▲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용인 원삼면ⓒ연합뉴스
    경기도 용인에 조성되는 622조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되는 전력망 확충 사업이 답보상태에 놓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입주를 준비 중인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등 10명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산업시설에 공급되는 전력망 구축이 핵심이다.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와 직결된 전력망 적기 구축을 위해 전방위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인허가 절차 개선, 차별화된 보상 및 지원안이 담겼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여야 모두 법안 취지는 공감했지만, 막대한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따라 이번 국회에서는 해당 조항을 삭제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상임위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상임위 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 전력 수요는 10GW(기가와트)로 추산된다. 이는 서울 전체 전력 사용량과 비슷한 구모다. 신형 원전 10기를 새로 지어야 조달 가능한 수준이다. 수도권 한복판에 원전을 지을 수는 없기에 전력이 많은 지역에서 끌어오는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동해안에 지역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중이지만,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할 장거리 송전선로 구축이 지연되고 있다. 인허가 단계에서 멈춰있거나 민원이 제기된 사안들도 있지만, 예산 부족이 핵심 사유다. 예컨대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500kV)는 당초 목표보다 66개월 가량 지연될 전망이다.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예산은 야당이 추진 중인 1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에도 해당되지 않는 비용이다. 반도체 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K칩스법도 이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과 유럽에서 수백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대조된다.

    반도체 패권 경쟁에 뛰어든 주요국들은 전력 인프라 지원에 예산을 아끼지 않는다. 독일은 2009년 에너지케이블구축법을 만들고 국가 필수 전력망 사업으로 지정되면 인허가와 분쟁절차에 파격적인 보상금을 추가지급 하고 있다. 미국은 철도나 도로를 건설할 때 통신망과 초고압직류송전(HVDC)를 연계하도록 하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첨단산업은 미래성장과 경제안보를 위한 중요 산업인 만큼 보다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선제적이고 과감한 조치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