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등 주요국 견제에도 中 저가 밀어내기 수출 본격기술·품질도 韓 위협, 시장점유율 1위 중국 16개 한국 6개전문가 "출혈경쟁보다는 무역 대상국 다변화 모색 필요"
  • ▲ 독일 함부르크항에 정박 중인 우리 해운사의 컨테이너선ⓒ뉴데일리DB
    ▲ 독일 함부르크항에 정박 중인 우리 해운사의 컨테이너선ⓒ뉴데일리DB
    장기 경기 침체에 빠진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공세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우리나라 산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우리 수출, 내수 시장이 동시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산이 과거와 달리 기술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갖춰 국내 산업계를 위협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 韓 가격 절반 … 中 전방위 저가 공습

    1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위기,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내수 소비 여력이 크게 약화된 중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견제에도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재고 물량을 저가 밀어내기 수출을 통해 해소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내수 시장도 중국산 저가 제품이 침투해 국내 주요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무역 현황을 보여주는 국제무역센터(ITC)의 트레이드맵(TradeMap)을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 총수출액은 전년 보다 4.7% 감소했지만 총수출량은 6.2% 증가했다. 이는 중국 수출업체들이 가격을 계속 인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전통적인 수입 품목인 섬유, 철강, 가전, 태양광 등을 넘어 최근에는 자동차, 반도체 등 소재·부품으로도 수입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대(對)중국 수입 증감률은 선박 구조물 및 부품 269%, 항공기 부품 157%, 디스플레이 146%, 광학기기 117%, 석유화학 49%, 철강 33% 증가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합 품목도 상승 중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한국과 중국의 상위 15개 수출 품목 가운데 10개 품목이 경합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무역협회 조사를 살펴보더라도 중국의 대(對)아세안 수출이 중간재는 물론 소비재 수출이 주도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대 아세안 수출 100대 품목 중 중복품목은 2018년 32개에서 지난해 40개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수출 단가가 50~60%에 불과해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 저가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트레이드맵이 한국산 대비 중국산 제품의 올해 1분기 기준 평균 수출 단가를 살펴본 결과 조선 76.4%, 이차전지 72.7, 자동차 48.7%, 반도체는 32.7%, 수준이다.
  • ▲ 포스코에서 생산한 열연ⓒ뉴데일리DB
    ▲ 포스코에서 생산한 열연ⓒ뉴데일리DB
    ◇ 中 저가에 기술·품질까지 … 韓에 더 큰 위협

    중국은 대규모 인력, 광물 자원, 생산설비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확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한 결과 빠르게 시장 점유율도 높이고 있다. 2021년에서 올해 1분기 기준 중국 수출 품목별 글로벌 점유율 변화는 철강은 (4.4→31.7%), 자동차(3.4→9.1%), 조선(26.6→ 46.6%)로 확대됐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은 이미 기술 수준이 높지 않은 범용 영역에서 저가 물량 공세를 통해 우리나라를 추월했고 최근에는 첨단기술 영역에서도 점유율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의 산업별 63개 품목의 세계 시장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16개로 미국에 이어 2위에 오른 반면 우리나라의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일본과 함께 6개에 그쳤다.

    중국은 주요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정부주도로 기술과 설비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중국의 공세는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초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7년까지 산업 설비 투자 규모 25% 향상, 기업 디지털 연구개발(R&D)과 정비 보급률을 90% 이상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 분야 설비 개선 시행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출혈경쟁보다는 공생 가능한 대응방안과 무역대상국 다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안혜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과거 한국이 독일, 일본을 추격해 첨단 기술 강국으로 도약했을 당시보다 더욱 강력한 힘과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품목에서 글로벌 선두에 위치하고 있어 기존 방식의 무역제재로는 대응이 어렵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된 품목의 경우, 출혈경쟁보다는 국내 공급망에 중국산을 포함해 원가절감 및 자원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세대 신기술 확보를 통해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