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K-증시 떠난 동학개미, 미국 증시로 발걸음 '가속도'엔저현상 길어지자 일학개미 이탈세…6월 순매도로 돌아서해외증시 이탈 지속 전망…"금투세·소액주주 외면 풍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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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부진한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 해외 증시로 향했던 대한민국 주식 투자자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으로 향했던 일학개미(일본증시 국내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길어지는 엔저 현상에 이탈하고 있는 반면 미국 증시로의 발걸음은 더욱 가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1일까지 7조498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22조9757억원어치 순매수 행진을 이어간 외국인 투자자들과 상반된 행보다.

    한때 K-증시를 떠받들었던 동학개미들의 이탈세가 두드러지는 건 글로벌 증시 대비 저조한 국내 증시 흐름에 실망한 탓이다. 

    한국 증시가 오랜 시간 지지부진한 박스권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는 동안 미국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수차례 갈아치웠다.

    국내 증시에 희망이 없다며 올해 동학개미들이 적극적으로 눈돌린 해외시장은 미국증시와 일본증시다. 서학개미에 이어 일학개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해외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20년만 해도 373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680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올해에는 지난 6월30일 기준 862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년 만에 26.7% 늘어난 것이다.

    특히 미국 인공지능(AI) 관련주 열풍 속에 올해만도 15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인 엔비디아에 서학개미들의 투자금이 쏠렸다. 국내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보유금액은 지난 1월 초 기준 43억달러에서 지난 1일 기준 130억달러로 3배 급증했다. 

    다만 최근 들어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증시로의 이탈은 가속도가 붙은 반면 일본 증시로 향했던 발걸음은 꺾이는 모양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달 들어 일본 증시에서 3088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월 기준 첫 매도 우위를 보인 것이다. 이들은 올 1~4월 매달 1억달러가 넘는 일본 주식을 순매수한 바 있다.

    보관액 증가세도 주춤하다. 지난 1월 38억달러에서 2월 39억달러, 3월 41억달러 등 꾸준히 늘었던 일본주식 보관액은 5~6월 4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며 줄어드는 추세다.

    예상보다 오랫동안 미국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면서 엔화 가치가 끝도 없이 떨어진 데다 일본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자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매도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5~6월 일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매도한 종목은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 엔화 헤지 ETF'로, 약 7387만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해당 상품은 미국의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과 엔화 반등 시 환차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시장에선 향후에도 국내 증시에서의 개인투자자 이탈세는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나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우려감과 더불어 밸류업은 커녕 소액주주를 외면하는 풍토에 국내증시가 장기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커지는 분위기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우리 주식시장은 20년 이상 박스피와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의 꼬리표를 달고 있다"면서 "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금투세 불확실성 트라우마 증세를 빼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