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새 먹거리 '토큰증권'… 조각투자‧증권사와 잇단 제휴토큰증권 플랫폼 구축 나서… 신규 고객 유치‧예치금 확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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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품과 빌딩, 명품 등 유‧무형의 자산을 디지털화해 조각투자가 가능한 '토큰증권'이 은행들 사이에서 새 먹거리로 급부상했다. 

    은행들은 저마다 토큰증권 발행‧유통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조각투자 기업이나 증권사 등과 제휴를 맺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그러나 토큰증권 시장 활성화 속도만큼 제도적‧법적 기반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돈은 안되지만… 고객 확보‧예치금 관리 등 향후 수익 기대

    은행권에서 토큰증권발행(STO)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NH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블록체인 플랫폼 업체 비디젠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은행권 최초로 오는 10월 중 토큰증권을 발행하는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2024년 블록체인 민간분야 집중·확산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은 현재 분석과 설계를 완료하고 구축한 개발환경 내에서 블록체인 메인넷과 포털을 개발하고 있으며 오는 9월 중순경 완료될 예정”이라며 “이후 내부연계 테스트와 안정화 작업을 거쳐 10월 중 런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지난해 4월에는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 STO 컨소시엄'이 꾸려졌다. 현재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Sh수협은행, 전북은행이 참여하고 있으며 조각투자기업 6개사와 토큰증권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STO는 조각투자 발행 형태의 하나로 디지털화된 자본시장법 상의 증권 발행을 의미한다. 미술품·명품‧빌딩 등 유‧무형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권리를 뜻한다. 

    은행들은 토큰증권 플랫폼을 운영하게 되면 토큰증권에 필요한 계좌를 제공하면서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조각투자를 위한 예치금과 토큰증권 발행기업의 자금을 관리하면서 유동성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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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도 지난해 8월 말 삼성증권, SK증권과 ‘토큰증권 제도화 대응 및 신속한 시장 진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3사는 토큰증권 Biz모델 공동발굴과 제도 준수, 토큰증권 인프라 구축과 분산원장 공동 검증, 투자자 보호방안 수립 등 상호협력 협의체인 ‘Finance 3.0 Partners (파이낸스 3.0 파트너스, 이하 F3P)’ 구성에 합의했다.

    우리은행은 토큰증권 관련 법안 개정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우리금융지주 계열사가 참여하는 전략수립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금융 경험을 살려 증권사와 협력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안정성, 신뢰성을 보장하는 표준 플랫폼 공동 구축 등을 통해 토큰증권 시장에 신속하게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하나증권, 다날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기반 토큰증권 신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맺었다. 다날엔터가 보유한 음원‧영화‧굿즈‧공연 등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이 활용될 수 있는 토큰증권 생태계를 구축하고 공동 비즈니스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엔 '하나원큐 조각투자 연계서비스'를 출시해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루센트블록'과 '뮤직카우'를 우선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고객들은 이를 통해 부동산‧음원에 대한 조각투자 신규 공모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고,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조각투자사로 쉽고 간편하게 접속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향후 미술품 등 안정적인 투자자보호 기반을 갖춘 조각투자사를 추가 연계해 다양한 투자자산에 관심도가 높은 MZ세대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미술품과 부동산 조각투자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술품 조각투자사인 서울옥션블루, 열매컴퍼니를 비롯해 부동산 조각투자사 세종텔레콤과 협업해 관련 서비스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에서 수익을 얻는 규모는 미미하지만 고객이 토큰증권에 투자할 경우 필요 계좌를 제공하면서 유입되는 고객 수와 예치금을 관리할 수 있고, 토큰증권 발행 기업의 자금을 관리하는 등 은행의 본업과 관련된 사업 영역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큰증권 개발 속도 못따라가는 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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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이 토큰증권 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면 법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관련 제도와 법제화가 선행돼야 토큰증권 인프라 설립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 경영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조각투자의 이해 및 STO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조각 투자 사업가, 더 나아가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 등 현시점 다양한 이해관계 주체가 빠르게 토큰 증권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지만, 제도적·법적 기반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토큰 증권 발행과 유통을 위한 개정안은 1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개정안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지난달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법제화가 지연된 상태다. 

    이 법안은 토큰증권을 전자증권으로 수용해 계좌관리기관을 신설하고 투자계약증권·수익증권의 유통플랫폼 제도화와 대규모 거래 인프라 마련 등을 담고 있다. 

    현재는 규제 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로 법 개정을 대신하는 수준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법 시행령 제18조 2에 은행의 겸영업무 범위 확대를 통한 시장 활성화가 절실하다. 

    은행이 자체 플랫폼으로 토큰증권의 공모와 청약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과 수익증권에 대한 인수, 매출 업무와 모집·매출의 주선을 겸영업무로 허용해야 한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현재 30조원 수준의 글로벌 토큰증권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5000조~6000조원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급변하는 토큰증권 시장흐름에 금융권이 대응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예상보다 느리기 때문에 제도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