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기자간담회, 입장문 이후 양측 대응 자제"양측 십수년간 극심한 대립, 단기간 화해 어려워"조현문 "전달사항 수용 요청, 답변 없으면 법정대응"향후 재판, 지분정리 등도 갈등 요인으로 거론
  • ▲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모습. ⓒ뉴데일리DB
    ▲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모습. ⓒ뉴데일리DB
    조현문 전(前) 효성 부사장이 효성가(家)에 화해의 손길을 내민 이후 양측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계 회복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상속세 사안 등을 두고 양측의 대립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5일 조 전 부사장의 기자간담회와 효성그룹의 입장문 발표 이후 양측은 추가 대응을 자제하며 고민하는 분위기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형 조현준 효성 회장, 동생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을 향해 화해하자는 의사를 나타냈다. 

    조 전 부사장은 “선친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이 형제간 화해를 당부하는 말씀에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형제끼리 다투지 말고 평화롭게 각자 갈 길을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상속재산 전액을 출연하겠다는 방침을 나타냈다. 조 전 부사장은 “이같은 뜻을 법무법인을 통해 조 회장, 조 부회장에게 전달했다”면서 “형제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양측이 단기간 내에 화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효성그룹은 조 전 부사장 기자간담회 직후 입장문에서 “가족 간에 평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가족 간에 직접 만나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 안을 주고받고 있는 등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10년 전인 2014년 조 회장과 주요 임원진의 횡령·배임 의혹 등을 주장하며 고소·고발했다. 조 회장도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면서 2017년 맞고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양측이 십수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극심한 대립을 이어왔다”면서 “악감정이 누적된 상태인데, 효성그룹 입장에서 기자간담회 한 번에 화해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 효성 측은 이달 5일 입장문 이후 추가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효성 측은 이달 5일 입장문 이후 추가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뉴데일리DB
    게다가 조 전 부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저의 전달사항을 형제들이 수용해줄 것을 요청한다”면서도 “시간을 끌거나 답변이 없다면 ‘법적대응’ 등 갈 길 가겠다”고 발언한 점도 갈등의 변수로 꼽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속내는 ‘형제간 화해’가 아니라 ‘법적대응 예고’에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선친으로부터 효성티앤씨 3.37%, 효성중공업 1.50%, 효성화학 1.26%의 지분을 상속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비상장사 지분까지 합하면 상속재산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조 전 부사장을 이를 공익재단에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과세표준 30억원이 넘으면 상속세율은 최대 50%인데, 조 회장과 조 부회장 등 공동상속인이 공익재단 설립에 동의하면 상속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의 언론대리인인 김형민 샘컨설팅 대표는 “이달말까지 공익재단 설립 등에 대한 효성 측의 답변을 기다릴 예정”이라며 “조 회장, 조 부회장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익재단을 설립하는데 변함이 없지만 규모는 절반 수준인 500억원대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향후 재판도 분쟁의 변수로 꼽힌다. 조 전 부사장은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13일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과 동생 조 부회장은 어색한 대면을 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오는 15일 공판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날 증언 내용이 형제간 화해무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분정리도 난제다. 효성그룹은 이달 1일부터 ㈜효성과 HS효성의 2개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했다.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조 회장과 조 부회장 간 지분정리가 시급하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이 보유한 동륭실업,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신동진 등 비상장사 지분 정리를 요청하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조 전 부사장 측은 “효성그룹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계열분리를 요구하는 목적은 계열사를 달라는 게 아니라 비상장 법인 지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