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제화업체 ‘금강’2019년 12월 이전한 조치원 공장에서 수제화 명맥 이어가“기술력,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70년 명성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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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어느 부분이 불량인지 한 번 찾아보시겠어요?”약 70가지에 이르는 공정을 거친 끝에 완성품으로 거듭나 일렬로 늘어선 수십개의 구두들. 한규만 금강제화 조치원공장장은 그 가운데 빨간 화살표 스티커가 붙은 구두를 가리키며 이 같이 말했다.실눈을 뜨고 구석구석을 살폈지만 도무지 스크래치 하나 보이지 않아 혹시 검수자 실수로 잘못 분류된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잠시 뒤 한 공장장은 불량으로 판별된 구두를 형광등 아래에서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앞 코 부분을 짚었다. 미세하게 볼록한 부분이 그제서야 눈에 띄었다. 사실 일반인의 눈으로는 구별하기 힘든 흠이다.그는 “사실 이 정도 불량은 아무리 까다롭게 신발을 고르는 고객이라도 알아채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전문가의 눈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점이 있으면 모두 불량으로 걸러낸다. 무엇보다 품질이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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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0만족을 생산하는데 불량률은 0.03%에 불과하다는 금강제화 조치원 공장을 지난 11일 방문했다.이곳은 해외 생산이 대부분인 제화업계에서 수작업으로 고품질의 구두를 만드는 국내 유일의 공장이다. 최소 20년 넘는 경력을 가진 장인들이 이곳에서 ‘리갈’, ‘헤리티지’와 같은 금강제화 대표 제품들을 생산한다.동시에 이곳은 ‘굿이어 웰트(Goodyear Welt)’라는 고급 기술로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기도 하다.굿이어 웰트는 구두 중창에 공간을 만들어 코르크를 채운 뒤, 겉가죽과 밑창을 ‘웰트’라 부르는 띠를 둘러 박음질하는 제법이다. 접착제를 사용하는 시멘트 제법보다 세밀한 기술이라 더 튼튼한 것은 물론이고 신었을 때 착용감도 뛰어나다는 설명이다.한 공장장은 “굿이어 제품은 신으면 신을수록 내 발 모양에 맞춰 모양이 잡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편하다”며 “또한 겉가죽과 밑창이 절대 떨어지지 않아 굽만 갈아주면 평생 신을 수 있는 웰메이드 제품”이라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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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식으로 구두 한 켤레가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일. 하루 생산량은 300족 정도다. 완성품이 되기까지 약 70가지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다 매의 눈을 가진 검수자들이 중간중간 불량으로 판별해 탈락시키는 것들도 상당한 탓이다.하루는 고사하고 반나절만에 기계로 뚝딱 만들어지는 제품에 비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지만 한 공장장은 이 과정을 ‘숙성’이라고 표현했다. 구두도 숙성의 과정을 거쳐야만 신었을때 아름답고 편안하다는 것.그는 “보통 10개 안팎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신발과 비교하면 금강제화 구두는 7배의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셈”이라며 “몇십년을 신어도 견고함과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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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공장은 현재 금강제화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약 20%를 생산해내고 있다. 대부분 기술자들의 섬세한 손기술이 녹아든 수제화들이다. 가격대는 평균 30만원 안팎. 구두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력을 감안하면 원가와 큰 차이 없는 가격이다.하지만 원가와 손익구조를 따지기 시작하면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게 금강제화 측 설명이다.한 공장장은 “기술력과 상품성, 정통성이 이 곳의 자부심”이라며 “손익보다 중요한 이 자부심 때문에 70년 가까이 국내에서 자체 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