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구하기' 방점각각 이사회 열고 합병 논의합병비율, 이노-E&S '1대 2' 예상투자자 설득 유리한 CIC 가능성자산 106조, 매출 90조 초대형 에너지 기업 탄생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17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논의한다.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 106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전문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는 사업 리밸런싱(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캐시카우인 SK E&S를 합병해 SK이노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회사 SK온의 자금난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와 SK E&S는 SK그룹 지주사인 SK㈜가 각각 지분 36.2%와 90%를 보유한 중간지주사다. SK E&S는 2022년 1조7111억원, 2023년 1조3317억원 등 매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꾸준히 창출 중인 알짜 회사로 2022년 6309억원, 2023년 5271억원 등 배당도 시행하고 있다.

    양사의 합병비율 산정에 따라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연결기준 자산규모로는 3월 말 기준 SK이노가 86조원으로 SK E&S(19조원)보다 4배 이상 크지만, 1분기 영업이익률은 SK E&S가 12.8%로 SK이노(3.3%)를 월등히 앞선다.

    시장 안팎에서는 SK이노와 SK E&S가 1대 2 수준으로 합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SK E&S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할수록 유리하다. SK㈜가 E&S 지분을 90%나 갖고 있어 합병 후에도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합병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양사는 다음 달 중으로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등 후속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르면 11월 초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고, 통합 기업을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SK E&S를 수평 통합 방식인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CIC는 한 회사 내에서 특정 사업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사내에 별도의 기업체를 만들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당초 반발이 예상됐던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동의도 쉽게 얻어낼 것이란 분석이다. KKR은 3조1350억원에 달하는 SK E&S 상환우선전환주(RCPS)를 보유하고 있다. RCPS는 만기가 도래하면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다.

    KKR이 중도 상환을 요구할 시 SK E&S는 배당금 등을 합쳐 3조4000억 가량을 현금으로 갚거나 강원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전북에너지서비스, 전남도시가스, 충청에너지서비스, 부산도시가스 등 핵심 사업을 내줘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가스 자회사를 넘겨주면 핵심 캐시카우를 잃게 돼 합병 실익이 없어진다”며 “주주 반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CIC 방식이라면 합병 이후 SK E&S의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SK온 지원도 수월할 수 있다”고 전했다.

    SK이노와 SK E&S 합병 시 자산규모는 106조원, 매출은 90조원에 각각 육박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SK이노는 재무 부담을 완화, 신용등급 상승을 꾀하는 한편 SK E&S의 우수한 현금창출력을 기반 배터리 투자를 지속해 캐즘 극복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SK이노는 이와 별개로 SK온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SK온과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에너지의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을 합병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