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동력 '뚝'참여인원 100여명 수준으로 급감명분 밀리자 이재용 회장 자택앞 시위도 만지작"집행부 출구 전략 모색해야"
  • 창립 이후 처음 벌어진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이 2주째 이어지면서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 파업 명분이 마뜩치 않은데다 집행부가 이렇다 할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17일 오전 삼성 화성캠퍼스 반도체 부품연구동(DSR 타워)에서 파업 참여 홍보 집회를 연다. 전삼노는 지난 8일 화성캠퍼스에서 총파업 결의대회 이우 기흥, 평택 등 주요 반도체 공정을 보유한 사업장을 찾아 파업 참여를 호소했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차질'이란 노골적 파업 목표를 내거는 등 명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데다, 장마 기간 궂은 날씨까지 겹치면서 집회 참석자는 급격히 줄었다. 전날 화성캠퍼스 H3 V1라인 건물 앞에서 벌인 파업 독려 집회에는 집행부를 비롯해 노조 측 추산 350여명이 모였다.

    파업 첫날 모인 6500여명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규모다. 전삼노 측은 별개로 개별적인 무단 결근으로 파업에 임하고 있어 파업 동력이 줄어든 것은 아니며 실제로 생산 차질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집행부는 유튜브 방송에서 "사측은 생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지만 끝까지 버티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장기화로 인한 리스크를 사측도 두려워하고 있어 파업 참여 인원이 많아질수록 빨리 끝낼 수 있다"고 했다. 전삼노는 이재용 회장의 자택 앞 시위를 고민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 ▲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이 16일 경기 화성시 삼성캠퍼스 식당에서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이 16일 경기 화성시 삼성캠퍼스 식당에서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동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명분에서 밀리고 있어서다. 노조 측의 핵심 요구안인 임금 인상률은 5.6%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가 제시한 5.1%와 불과 0.5%p 차이다. 총파업을 밀어붙이기에는 무리한 간극이란 인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수치다. 더구나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올린 현대차 노조가 수용한 인상률(4.65%)보다 높아 대중의 지지를 얻기도 힘들어 보인다.

    집행부가 이렇다 할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노조 측은 생산 차질을 유도하기 위해 파업 참여 여부를 미리 알리지 않고 무단 결근을 강조한다.

    이렇게 되면 ▲결근에 따른 임금 감소와 ▲무단결근에 따른 인사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1주일 파업에 참여하면 5일치 급여가 삭감되고 주휴수당까지 더해 100만원 안팎이 줄어든다. 또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무단결근은 정당한 근로자 권리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징계해고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전삼노는 삭감된 임금은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보상 받는 타결금을 통해 보전할 수 있고, 조합원이 지침에 따라 쟁위행위를 노조에 명확히 알린다면 무단결근으로 평가될 여지는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이는 노조 측의 요구안을 사 측이 전적으로 받아들일 경우에 가능한 것으로 불발될 경우 조합원 개개인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측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감지되지 않으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도 확고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파업의 장기화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2분기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중 반도체 부문(DS)가 6조원 가량을 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업 동력이 떨어지 노조 집행부가 살 길을 찾기 위해 이재용 회장 집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수위를 높이면 또다른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면서 "노조는 적정선에서 물러날 길을 찾고, 사 측도 퇴로를 열어주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