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삼노, 장기투쟁 위해 셀프 교섭권 박탈대표노조 지위 내려놓고 재정비·세규합 전략외부 노조 및 정치권 지원 요청할 듯… 10월 초 재협상
  • ▲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이 경기 화성시 삼성캠퍼스 식당에서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들이 경기 화성시 삼성캠퍼스 식당에서 파업 참여를 독려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1969년 창립 이후 첫 파업을 이어간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셀프 파업권 반납이란 꼼수로 노사분규 장기화를 꾀하고 있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1노조인 사무직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로 전삼노는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잃었다. 전삼노는 지난해 확보한 대표교섭권이 이달 초로 기한이 만료돼 나머지 노조가 사측에 별도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1노조는 전삼노와 통합을 선언한 사실상 같은 노조다. 스스로 대표교섭권을 박탈한 셈이다. 당분간 대표교섭노조 지위에서 내려와 총파업 등으로 흐트러진 전열을 재정비하고, 외부 세력과의 규합이나 정치권의 지원 등 세력을 불릴 시간을 벌기 위함으로 보인다.

    전삼노 측은 "1노조와 합병 발표는 하였으나 실질적인 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합병 발표는 선언적으로 볼 수 있어 1노조의 교섭 요구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삼노는 12만5000여명의 삼성전자 직원 중 3만6000여명이 가입한 최대 노조다.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얻기 전에는 2만명대에 불과했지만, 총파업을 거치며 덩치를 불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선업계가 부분 파업에 돌입하며 쟁위 분위기를 띄우고 있고, 임단협에 실패한 기업들에서 파업 목소리가 강해지는 추세"라며 "무분별한 파업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퍼지는 시점에 올라타겠다는 게 전삼노의 전략이 아닐까 한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9월 정기국회와 주요 경영진들이 긴장하는 국정감사 시즌이 도래하는 것도 노조 측에는 유리한 지점이다.

    삼성전자 노사의 교섭 재개 시점은 10월 초로 전망된다. 전삼노는 "다른 노조로부터 이의가 없다면 단일화 절차 후 10월 1일부터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10월 1일 이후 교섭을 진행해 파업권을 다시 가져오는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측이 노조원에 대해서만 임금 인상률을 상향하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임금)을 보상하도록 하는 등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어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다만 전삼노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을 시사하는 등 소통의 여지는 이어가고 있어 당분간 게릴라 파업 등 쟁의행위를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전삼노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노사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며 "노조와의 만남에 흔쾌히 응하겠다는 약속으로, 곧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