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인빈곤율, OECD 1위 오명 … 美·日의 2배은퇴 후에도 일하는 신세 … 폐지줍는 노인 1.5만명
  • ▲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이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데일리DB
    ▲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어르신이 선풍기 바람을 쐬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데일리DB
    전쟁의 폐허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을 일궈 낸 한강의 기적 세대들이 불안한 노후를 맞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7092억 달러로 세계 13위 수준의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 섰지만, 그 위상에 맞지않는 노인빈곤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상 40.4%였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중위소득 50%인 월 144만원 이하의 돈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얘기다.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우리나라는 같은 해 기준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다. 일본(20.2%)이나 미국(22.8%)의 두 배 수준이다.

    뉴데일리가 국민연금공단 급여지급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 645만2873명 중 무려 90%가 넘는 585만8827명이 월 10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으로 180만원 이상 수령받는 수급자는 전체의 1.6%(10만4396명)에 불과했다.

    이같은 이유로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는 노인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21년 한국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34.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생활고에 내몰린 노인이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폐지 줍기에 나서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2~5월 전국 229개 시군구를 전수조사한 결과 폐지수집 노인은 1만483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78.1세로 집계됐고 월평균 소득은 76만6000원에 그쳤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혜택을 받는 노인 인구가 늘고 있지만, 이들 중 다수는 연금에 가입한 기간이 짧아 충분한 급여를 받지 못 할 것"이라며 "노인 연령 상향과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 ▲ 국민연금 월 지급 금액구간별 추이. ⓒ국민연금공단
    ▲ 국민연금 월 지급 금액구간별 추이. ⓒ국민연금공단
    ◇위기맞은 국민연금 … "개혁 서둘러야 미래세대 부담 없어"

    노인빈곤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빈곤 노인의 생계를 지켜 줄 마지막 보루인 국민연금 제도가 큰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4~2028)'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3년 후인 2027년에는 보험료 수입만으로 연금 금여 지출을 충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급격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활동인구 감소로 가입자는 줄어들고, 베이비붐 세대의 계속된 은퇴로 수급자는 급증하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급여액이 보험료를 역전하는 시기가 코앞에 왔지만 연금 개혁은 좀 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연금추계위)의 제5차 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0년 최대치인 1755조 원에 도달한 뒤 줄어들기 시작해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현행인 9%와 40%로, 기금 투자 수익률은 연 4.5%(1988~2023년 수익률은 연 5.9%)로 가정한 결과다.

    이처럼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 임박했지만 정치계·학계 등에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각계에서 여러가지 안을 내놓고 있지만 통일된 안을 도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연금개혁이 늦어질 수록 미래세대 부담은 더욱 커진다"며 "하루빨리 연금개혁이 이뤄지기 위해 정치적 대립 국면을 끝내고 건전한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