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활 신호탄팀코리아 일원으로 수주전 맹활약그룹 재편 핵심… "강력한 원전 드라이브"
  • ▲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CEZ
    ▲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CEZ
    탈원전을 버텨낸 두산그룹에 마침내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

    17일 체코에서 날아든 24조 원전 수주 낭보에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그룹 전체는 기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맡은 바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며 조심스러워했지만 원자로·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몫만도 8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진행되는 두산그룹 재편에서도 이번 원전잭팟은 더할나위 없는 힘이 될 전망이다.

    한국이 한국형 원전 수출에 성공한 건 15년 만으로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 건설 사업 이후 긴 침체에 빠졌다.

    이런 사이 두산은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았다. 급기야 지난 2020년에는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채권단 관리체제까지 감수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지원받으며 가까스로 버텨냈지만 알짜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를 매각하며 그룹 전반이 쪼그라 들었다.

    하지만 두산은 박정원 회장의 독려속에 가스터빈과 SMR에 주력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기다렸다.

    박 회장은 지난 5월 체코 프라하에서 ‘두산 파트너십 데이’ 행사를 직접 주관하며 원전 사업 수주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마침내 그 결실이 체코원전을 통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수원이 주도한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한국전력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대우건설 등과 함께 원전 수주에 총력을 기울였다.

    고무적인 것은 체코를 필두로 인근 폴란드를 비롯해 UAE, 네덜란드, 영국, 튀르키예 등지의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는 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체코 원전 최종 계약까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체코 원전은 세부 조건 조율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최종 계약을 맺게 된다.

    한편 SMR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SMR 설계 업체 뉴스케일파워가 짓는 37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SMR 건설 프로젝트에도 주기기 납품 기업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 측은 2019년부터 총 1억4000만달러를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하면서 해당 건을 조율해왔는데, 실제로 공급이 실현되면 2조원가량의 설비를 납품하게 된다.

    국내에서 원전 사업의 중요성이 확대되면서 시장이 되살아날 조짐 보이는 점도 호재로 작용한다.

    최근 정부는 11차 전기수급기본계획에 오는 2038년까지 최다 3기의 원전을 새로 짓고, SMR를 활용한 ‘미니 원전’ 1기도 2035년까지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이는 약 9년 만에 나온 새로운 원전 계획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기자재를 공급하는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대규모 수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에너지 사업의 노선을 명확히하게 된 만큼 향후 두산에너빌리티도 중간지주사 역할에서 벗어나 순수 사업회사로 전환하면서 원전 사업에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