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철회 "추후 일정 재수립"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기업 합병이 끝내 무산됐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국내 기업의 사업재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추진하던 양사 간 포괄적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스콧박(Scott Park) 대표와 박상현 대표 명의의 주주서한을 내고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 분들 및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추후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검토하는 것을 포함해 양사 간 시너지를 위한 방안을 계속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그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밥캣을 인적분할한 뒤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의 사업 재편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연매출 10조원에 이르는 밥캣이 매출 530억원에 불과한 로보틱스로 흡수되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양사 합병이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배치된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금융감독원은 합병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연이어 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미비한 점이 있다면 신고서 정정을 무제한 요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이 철회되면서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들며 상장폐지시키려던 계획도 없던 일이 됐다. 단,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간 합병은 그대로 추진되며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이자 상장사로 남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이달 초 주주서한에서 설명한 것처럼, 원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앞둔 현 시점에 생산설비를 적시 증설하기 위해선 이번 사업재편을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분할합병을 마치게 되면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등을 통해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금융당국의 정정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고, 시장 의견 등을 수렴해 주주총회 등 추진 일정을 재수립할 예정이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 주식회사와 두산밥캣 주식회사는 금번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은 해제를 하고, 양사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뒤 시장과의 소통 및 제도개선 내용에 따라 향후 구조개편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