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gang Univ.'로 표기 … 국어 로마자 표기법상 'Seogang Univ.'가 바른 표현정부 고시에 인명·회사명 등은 그동안 써 온 표기 쓸 수 있게 예외 인정학교 세운 외국인 선교사들이 영어 발음 고려해 적던 것이 굳어져서강동·서강대교 등은 지자체가 표기 원칙 따라 'Seogang'으로 적어동대구역 '박정희 광장' 표지석의 'Jeong'자 표기 놓고도 논란 일어
  • 대학가의 핫이슈부터 사소하지만, 흥미를 끄는 이야기까지 화젯거리가 된 배경과 사연, 숨겨진 뒷이야기 등을 톺아보고 그 안에서 재미와 색다른 의미를 찾아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편집자 註>
  • ▲ 서강대학교 영문이 'Sogang Univ.'로 표기돼 있다.ⓒ뉴데일리
    ▲ 서강대학교 영문이 'Sogang Univ.'로 표기돼 있다.ⓒ뉴데일리
    다음 문제를 한번 풀어보자.

    (Q) 서강대학교(西江大學校) 이름을 서양인 친구나 관광객에게 영문으로 적어 알려주려면 어떻게 표기해야 옳을까.
    ① Seogang University
    ② Sogang University

    정답은 ②번이다. ①번을 선택한 독자는 자연스레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답을 골랐을 텐데, 의외로(?) 서강대의 영문 표기법은 'Sogang'이다.

    지난 2014년 12월 시행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단모음 'ㅓ'는 'eo'로, 'ㅗ'는 'o'로 표기한다. 현행 표기 원칙을 적용하면 서강대는 영문 이름이 '소강대'가 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서강대 재학생들은 '소강'을 '小强'으로 해석하며 '작지만 강한 대학교'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서강대는 미국인 신부와 교수들이 주축이 돼 설립된 대학으로, '서강(西江)'이란 교명은 초대 학장을 지낸 케네스 에드워드 킬로렌 신부가 학교를 세울 땐 옥스퍼드대학교처럼 주변의 명칭을 따서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문 표기가 'sogang'이 된 것은 당시 국내 표준 표기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 선교사들이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사용해 영어 발음상 가장 비슷한 발음이 나도록 표기했다는 게 유력한 설이다. 참고로, 연세대학교 영문 표기가 'Yonsei'가 된 것도 같은 이유로 꼽힌다.

    현행 로마자 표기법 제7항은 '인명, 회사명, 단체명 등은 그동안 써 온 표기를 쓸 수 있다'고 예외를 인정한다. 이 때문에 서강대 영문이 표기 원칙에는 맞지 않지만, 'Sogang'으로 쓰이는 것이다.
  • ▲ 서강대교 도로 안내표지판.ⓒ네이버 지도 로드뷰 캡처
    ▲ 서강대교 도로 안내표지판.ⓒ네이버 지도 로드뷰 캡처
    다만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정부가 고시하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게 돼 있어 행정동인 서울 마포구 서강동(西江洞)은 'Seogang-dong', 서강대교(西江大橋)는 'Seogang Bridge'로 각각 표기한다.

    서강대역의 경우 과거 서강역이던 시절에는 역명을 'Seogang Station'으로 표기했었으나, 지난 2014년 역 이름이 현재의 서강대역으로 바뀌면서 영문 표기도 서강대를 따라 'Sogang University Station'으로 변경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정부가) 어문 규정을 고시하는 것은 국민에게 널리 알려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국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강제사항은 아니다"면서 "서강대 영문 표기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과 다른 것은 잘못이라기보다는 표기원칙에 맞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 ▲ 지난 14일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등 관계자들이 표지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지난 14일 동대구역 앞에서 열린 '박정희 광장 표지판 제막식'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등 관계자들이 표지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표기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최근에는 대구시 동대구역에 설치된 '박정희 광장' 표지석의 박정희 전 대통령 영문 이름(Park Jeong Hee)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름 중 '정'자 표기가 'Jeong'으로 적힌 것을 두고, 일각에서 박 전 대통령이 생전에 자신의 영문 이름을 'Park Chung Hee'로 쓴 만큼 이를 고증해 표기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홍준표 대구시장은 "과거 잘못된 표기를 들어 거꾸로 옳은 표기를 잘못된 것으로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정희기념사업위원회는 논의 끝에 영문 표기가 2000년 고시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따른 것이어서 변경할 필요가 없다는 대다수 위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표지석 영문 표기를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한글의 영문 표기가 한국인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라는 점이다. 적혀있는 영문을 보고 정보를 얻어야 하는 서양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서강대와 멀지 않은 동네 이름과 다리 명칭이 학교나 지하철역 이름과 다른 것이 헷갈리거나 불편하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김 아리엘 스미스 씨는 "로마자로 표기된 한국어는 사악한 수준"이라며 "우리가 영어를 읽고, 말하고, 듣는 방식이 다양하다고는 해도 다들 다르게 쓴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문체부 관계자는 "영문 표기가 통일되면 (외국인 입장에서) 보고 이해하기 쉬운 게 맞다"면서 "각각 다르게 적힌 영문을 보고 이를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도 없잖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