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백화점, 본점 등 공개매수 절차 개시… 수년간 적자 쌓여롯데백화점 마산점, NC백화점 부산서면점 등 지방 줄줄이 폐점지방 경제 위기의 단면… 수도권 빅3로 집중되는 백화점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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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으로 불리던 대구의 렌드마크, 대구백화점이 결국 공개매각 절차를 밟는다. 누적된 적자로 경영난을 겪는 과정에서 3년째 매수자를 찾지 못하자 공개매각으로 전환키로 한 것이다.이번 대구백화점의 공개매각은 지방 백화점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많다. 수도권 빅3 백화점이 역대 매출을 경신할 동안 지방 백화점은 꾸준한 악화를 겪어왔다. 지방 인구 감소와 소비 침체, 빅3 백화점의 공세 속에서 조용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는 것이다.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구백화점은 본점과 아울렛, 물류센터를 공개매각키로 하고 공개경쟁입찰 공고를 냈다. 회사는 앞선 2022년 본점을 제이에이치비홀딩스에 2125억원에 매각하려 했으나 잔금 지급이 안돼 무산된 이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대구 동성로 본점은 지난 2021년 6월 30일 경영 악화로 인해 영업을 종료한 바 있다. 현재 대구백화점은 대구 대봉동 대백프라자만 운영하고 있다. 이번 매각의 주된 원인도 실적 악화에 따른 경영난이다.대구백화점은 2016년부터 8년 연속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62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 규모는 133억원에 달한다.대구백화점이 이런 몰락을 겪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1944년 설립된 대구백화점은 동아백화점과 함께 대구를 양분하던 대표적인 렌드마크였다. 대구 시민에게는 ‘대백’으로 더 친숙하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에서 막강한 인지도와 영향력을 과시했지만 2010년 현대백화점 대구점(더현대 대구), 2016년 대구 신세계가 설립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소비자를 빼앗기면서 명품 브랜드가 이탈하고, 실적이 곤두박질 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여기에 쐐기를 박은 것이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였다.결국 국내 마지막 남은 지방 향토 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은 지난 2021년 개점 52년만에 본점 휴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기에 이르렀다.사실 지방백화점의 위기는 빅3라고 예외가 아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지난 6월 30일 폐점했다. 표면적 이유는 마산점의 임대인 KB자산운용이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를 요청했기 때문인데, 실상은 실적악화 점포의 철수 의향이 함께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마산점은 매년 전국 백화점 매출 최하위를 면치 못하던 곳이다. 1997년 대우백화점으로 오픈한 지방 백화점이었던 마산점은 2015년 롯데쇼핑에 인수된 이후 9년만에 쓸쓸하게 퇴장하게 됐다. 롯데백화점은 앞선 2019년에도 안양점을 실적 부진을 이유로 폐점한 바 있다.제2의 도시 부산에서는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NC백화점 서면점이 지난 5월 폐점했다. 지난해 서면점의 임대인인 대우건설과 이랜드리테일의 임대 계약 결렬이 이유였다.이 외에도 지방 백화점의 폐점사례는 세기 힘들 정도다.
대구에서 대구백화점과 쌍벽을 이루던 동아백화점이 2020년 문을 닫았고 청주의 흥업백화점이 2015년에 폐점했다. 1986년 문을 연 광주의 가든백화점도 지난 2010년 폐업했다. 이 외에 외환위기에 무너진 지방 백화점을 포함하면 그 수는 두 손으로도 꼽기 힘들다.지방 백화점의 이런 위기는 오늘날 지방 경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인구 감소에다 고령화로 소비 여력이 떨어지면서 상권의 쇠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의 집중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백화점 점포간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는 중이다. 지난해 신세계 강남점은 연 매출 3조102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롯데백화점 마산점의 매출은 전년 보다 1.6% 감소한 740억원에 불과했다.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지방 백화점이 지역 경제에서 활력을 불어 넣을 때도 있었지만 지방의 쇠퇴와 빅3 백화점의 경쟁에 밀리면서 전반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며 “결국 ‘대백’의 몰락은 지방 향토 백화점이 쇠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