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효율 2배 증가 목표'2030년에서 2026년으로 앞당기기로소비전력 감축 화두… TSMC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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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전성비(소비전력 대비 성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업계의 화두가 소비전력 감축에 있는 만큼 세계 1위를 이어가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24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곽노정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참여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위원회를 열고 ‘HBM 에너지 효율 2배 증가’ 목표 달성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26년으로 4년 앞당기기로 했다. 제품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저전력 고효율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요구사항에 부응하기 위해 목표를 앞당겼다”면서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지만 지속적인 기술혁신 및 업계와 협력을 통해 달성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자체 ESG전략 프레임워크 ‘프리즘(PRISM)’을 공개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이루고자 하는 중장기 목표를 설정한 바 있다. 당시 제품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30년까지 HBM 에너지 효율을 2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 SK하이닉스는 HBM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동일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때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도록 설계하는 기술에 집중해왔다. 회사에 따르면 2021년 선보인 HBM3는 HBM2와 비교해 에너지 효율이 1.28배 개선됐다. 내부적으로 올해 HBM의 에너지 효율은 1.38배까지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SK하이닉스가 목표 달성 시기를 4년이나 앞당긴 것인 ESG 경영은 물론 HBM 1위를 수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근 업계에서는 HBM의 전력 절감 기술이 주요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HBM은 D램을 여러 장 쌓아올려 만든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반도체다. 데이터 전송·처리 속도가 일반 D램보다 훨씬 빨라 인공지능(AI) 가속기 등에 주로 탑재된다. 그런데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만든 구조인 탓에 발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발열은 AI 가속기의 성능 저하 문제로 이어진다. 또한 HBM의 주 활용처인 고성능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인프라의 경우 24시간 동안 가동해야해 전력 소모가 많을수록 운영 비용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국내외업체들은 앞다퉈 전성비를 개선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전성비는 반도체가 소비하는 전력 대비 얼마나 많은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전성비가 높을수록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동일한 또는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보면 된다. 

    인텔은 자체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우디3가 엔비디아 제품보다 40% 이상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고 공표했으며, AMD도 차세대 서버용 CPU ‘튜린’과 AI 가속기 MI325X가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크게 개선한 점을 부각했다. ARM, 퀄컴 등도 전력 효율을 강조하고 있는건 마찬가지다. 특히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은 현재 한 자릿수에 불과한 시장점유율을 2025년 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자사의 전력 저감 기술을 내세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K하이닉스도 HBM 1위 왕좌를 수성하려면 전성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11월 모바일 D램에서는 세계 최초로 HKMG(High-K Metal Gate) 공정을 적용한 LPDDR5T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HKMG 공정은 누설 전류를 효과적으로 줄이도록 신물질을 적용한 공정 기술로 기존 기술에 비해 제품의 소비 전력을 줄이고 회로 집적도를 높이는 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또한 TSMC와의 협력을 통해 HBM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TSMC의 미세공정을 통해 차세대 HBM의 전력 소모량을 낮추고 성능을 개선하는게 골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TSMC와 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오는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를 개발하기로 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4는 5세대 제품에 비해 전력 소모량을 30% 줄일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의 상당 부분은 메모리반도체에 쏠려있으며 특히 GPU와 HBM의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전체 전력의 70%가 소모된다”며 “고객사들이 전력 소모를 줄이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전성비를 높이는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